요즘 민규는 기분이 좋습니다. 아버지께서 곧 피자가게를 시작하기 때문이죠. 두 달전 까지만 해도 민규 아버지는 회사에 다니셨어요. 하지만 지금은 엄마와 함께 피자가게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계십니다. 민규는 어제 아침 아버지께서 "가게를 빌리는데 갖고 있던 돈을 다 써서 피자 만드는 기계를 살 돈이 부족하다"며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겠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민규는 엄마께 이렇게 여쭤 봤지요. "돈이 부족하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는데 저는 이해가 잘 안돼요. 은행은 무슨 돈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또 어떻게 그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나요" 그럼 오늘은 은행에서 돈 빌리는 것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우린 "대출을 받는다"고 말합니다. 부모님이 큰 집을 사거나, 형이나 누나의 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할 때, 할머니가 병이 나셨을 때 등 갑자기 큰 돈이 필요한 때가 있지요. 이럴 때 우리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게 됩니다. 즉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거지요. 그럼 은행은 무슨 돈으로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은 당장 쓰지 않을 돈은 집에 보관하지 않고 은행에 저축합니다. 왜냐하면 은행은 집보다 안전한데다 현금 대신 통장으로 갖고 있으면 되니까 돈을 보관하기도 편리하기 때문이지요. 또 예금한 대가로 은행에서 예금이자도 받을 수 있어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이렇게 사람들이 은행에 여윳돈을 맡기면 돈이 은행 금고에 쌓이겠지요. 은행은 이렇게 모인 돈을 그냥 보관만 하는게 아닙니다. 갑자기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 돈을 빌려주지요. 당연히 빌려준 대가로 대출이자를 받고요. 대출이자가 뭐냐고요. 예를 들어 볼까요. 민규가 준비물을 사기 위해 수빈이에게 2천원을 빌렸다가 다음날 수빈이에게 고맙다는 표시로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2천원을 갚았다고 치죠. 그럼 이때 2천원은 "대출 원금"을 갚은 것이고 아이스크림은 돈 빌린 대가로 준 것이기 때문에 "대출 이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금이자가 은행에 돈을 맡긴 대가로 받는 것이라면 대출이자는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대가로 내야 하는 돈이지요. 은행은 이렇게 받은 대출이자중 일부를 은행에 돈을 예금한 사람에게 예금이자로 주는 겁니다. 즉 은행은 돈이 여유있는 사람들로부터 돈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금을 중개해 주는 돈 장사를 하는 곳이지요. 그러나 돈이 필요하다고 누구에게나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는 건 아닙니다. 만약 민규가 수빈에게 돈을 빌렸다가 약속한 날 돈을 갚지 않고 하루 이틀 미루다가 돈을 갚았다면 수빈이는 다음부터 민규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고 할 거예요. 마찬가지로 은행도 그동안 은행과 한 약속을 잘 지킨 사람에겐 쉽게 돈을 빌려주겠지만 약속을 잘 지키지 않은 사람들에겐 돈 빌려주는 것을 꺼리지요. 그러면 은행에서 대출을 쉽게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민규 아버지의 예를 들어 알아 보지요. 민규 아버지는 피자가게에 필요한 기계를 사기 위해 은행에 대출 신청을 했습니다. 은행원 아저씨는 민규 아버지께서 평소에 은행과 거래를 하면서 약속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를 살펴본뒤 5백만원까지 아무 조건없이 믿고 빌려주기로 결정했지요. 민규 아버지의 경우 직장 다니실 때부터 계속 그 은행과만 거래해 오셨고 매월 받는 월급도 그 은행 통장으로 꼬박꼬박 들어갔습니다. 또 신용카드로 쓴 대금과 각종 세금도 그 은행 통장에서 빠져 나갔지만 한번도 밀린 적이 없으셨어요. 약속했던 날 은행 통장에 돈이 넉넉해 매번 제 때 카드대금이나 세금을 내셨지요. 은행은 민규 아버지처럼 약속을 잘 지켜 거래를 한 사람들에겐 쉽게 돈을 빌려줍니다. 지금까지 약속을 잘 지켰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지요. 이렇게 돈 빌리는 사람을 믿고 은행이 아무런 조건 없이 돈을 빌려주는 것을 "신용대출"이라고 합니다. 만약 평소에 민규 아버지가 제때 신용카드 대금을 갚지 않고 공과금도 밀려서 냈다면 은행은 민규 아버지를 믿지 않고, 돈을 빌려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민규는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아버지가 약속을 잘 지켜 은행으로부터 아무 조건 없이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민규도 아버지처럼 약속을 잘 지키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 김은정 조흥은행 재테크 상담사 0228kej@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