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분야는 대일 의존도가 무척 높다. 특히 고속도강 등 특수 금속과 정밀 모터 등 정밀 전기제품은 일본에서 수입해 오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관계의 악화는 중소 제조업계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왜냐하면 일본에서 핵심 부품을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적절한 시기에 도입해 올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일관계가 서먹해지면 일본으로의 수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한국 중소기업과 일본 업체들은 서로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일본내 판매를 늘려 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벤처.중소기업이 일본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연 82억달러 정도에 이른다. 이는 중소기업 전체 수출의 약 40%에 이르는 비중이다. 한·일관계의 악화는 바로 이 40%에 이르는 수출 시장에서 거래관계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수출입 환경만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일본 기후현과 가나가와현 중소기업들은 한국의 서울 경기지역 중소기업들과 이업종(異業種) 교류 등을 통해 매년 정보를 교환하거나 합작투자 등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이후 이들 지역간 이업종 교류는 뚝 끊어진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일본 이업종교류협회 시바추 위원장은 "정치적 한.일관계의 악화로 그동안 쌓아온 한.일 중소기업 교류가 나빠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하고 중소기업 부문에서는 상호 협조관계가 조속히 재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특수유리 제품을 수출하는 컴파스텍의 이장호 사장은 "한·일관계 악화가 아직까지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고 있지만 상담을 하는 동안 가능한 한 정치적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벤처.중소기업계는 한·일관계 악화가 더 이상 장기간 지속되지 않기를 절실히 바라는 분위기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