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의 '취중 발언'으로 촉발, 특별검사제 도입 등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파업유도' 의혹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의 판단은 한마디로 "진씨나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이 파업을 유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언 수준을 넘어 조폐창 조기 통폐합 결정에 영향을 미칠만한 관여행위지만 강요나 압력은 아니다(진씨)", "단체교섭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하계휴양비를 주지 않았다(강씨)"는 경미한 수준의 범법행위만 인정됐을 뿐이다. 재판부는 진씨가 98년 9월 강씨와의 전화통화에서 "좋지 않은 정보보고가 올라온다. 서울이 시끄럽다. 빨리 직장폐쇄를 풀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라"고 말한 것 외에도 다른 압력을 더 받았다는 강씨의 진술에 대해서는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조폐공사 파업은 우리가 만들었다"는 진씨 발언은 '취중진담'이 아닌 업적과시용 '취중실언'으로 봤다. 그러나 "다소나마 조폐공사 노동쟁의에 진씨가 영향을 미쳤다(제3자개입금지)"며 "노사 불신을 초래하고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에 의문을 갖게한 것은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씨에 대해서는 "노조가 직장복귀 의사를 표명한 뒤에도 직장폐쇄를 한 것은 정당하지 않지만 강씨가 이를 적법하다고 인식하고 장기적으로 공사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이므로 죄가 안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진씨와 강씨를 각각 '파업유도의 주범'으로 기소한 검찰과 특검의 판단과는 상당히 배치되는 결론인 셈이다. 다만 진씨가 조폐공사 문제에 관여한 점은 인정된 반면 강씨의 파업유도 혐의는 사실상 무죄여서 '옷로비 사건' 판결 당시 특검에 완패했던 검찰이 체면을 세울 수 있게 됐다. 한편 당초 "공안당국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며 거세게 반발했던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반면 기소 당시 "구조조정을 위한 경영행위를 위법하게 볼 수 없다"며 반발했던 재계는 이번 판결을 반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 기자 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