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보험업을 결합한 방카슈랑스를 당초 예정인 2003년 8월 이전에 조기 도입하되 보험사를 인수하는 은행에 우선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하는 상품도 연금이나 보장성보험 등 보험업계에 영향이 적은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보험개발원이 25일 공동 주최한 "21세기 보험산업의 비전과 발전과제" 공청회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왔다. 이날 공청회의 화두는 크게 두 가지. 방카슈랑스 도입과 보험사의 지급여력제도 개선 문제였다. 방카슈랑스 도입과 관련, 참석자들은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 오영수 보험개발원 연구기획팀장은 "방카슈랑스를 도입할 경우 보험업계 기반이 흔들릴 위험이 있지만 정책 방향에 따라 부실 보험사 인수.합병을 이끌어내는 등 산업 재편을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팀장은 이를 위해 방카슈랑스를 조기 도입하되 당분간 은행의 보험 자회사 설립을 불허하는 대신 보험사를 인수한 은행에 한해 보험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사 인수 가능성이 큰 은행으로는 국민.주택은행과 조흥.한미.산업은행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삼성생명 정기영 상무는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기존 보험사가 부실화될 경우 설계사의 대량실업과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우려된다"며 "당초 방침대로 2003년 8월까지는 방카슈랑스 도입 논의를 유보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나동민 KDI 금융팀장은 "대형 보험사는 금융지주회사 설립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건식 보험개발원 재무연구팀장은 현행 유럽연합(EU)식 지급여력제도가 보험사의 투자활동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단점을 지적하며 "시장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미국 캐나다식 지급여력제도의 도입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