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기관들은 경기가 올해말에 저점을 찍더라도 내년 전체적으로는 횡보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는 미국 정보기술(IT) 경기의 회복전망이 워낙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연구기관들은 설명했다. 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금융연구원과 삼성.LG.대신 등 민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경기는 올해말에 저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경기가 급속도로 회복되지 않는 한 사실상 횡보나 다름없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KDI의 김준일 거시경제팀장은 "내년에 경기가 조기에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미국 IT경기의 침체, 아르헨티나 위기를 포함한 국제금융시장 교란, 국내 금융시장 불안, 국내 구조조정 지연 등의 위험요소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오는 충격은 우리가 어쩔 수 없지만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결국 정부가 구조조정 이완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연구원의 박종규 연구위원은 "내년의 경기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으나 크게 기대하기 어려우며 갈수록 횡보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면서 "미국 경기가 지난 10년간의 호황에 따른 과잉투자를 해소하기 쉽지 않은데다 미국소비자들의 저축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에 회복하는데 적지않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IT경기가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동남아국가들이 IT 수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어서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정부당국이 경기부양책을 쓰더라도 별다른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의 김기승 거시경제팀장은 "내년 1.4분기에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기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1.0%포인트 높은수준에 머물 것"이라면서 "이는 사실상 내년 경기가 사실상 횡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IT분야의 재고조정이 상당히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경기가 내년에 급속히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홍순영 박사도 "국내경기는 내년 상반기중에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미국 IT경기가 회복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경제연구소 거시팀의 권혁부 책임연구원은 "경기저점은 올해 3.4분기말과 4.4분기초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경기가 곧바로 상승세를 타기 보다는 바나나형을 그리면서 천천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