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와 S&P가 매기고 있는 한국의 장기외화채권 신용등급(국가신용등급)은 각각 Baa2와 BBB다. 투자적격 등급 중 최하위 수준이다. 외환위기 직전 등급인 A1 AA-보다 여전히 4,5단계 낮은 수준이다. 외환위기는 이미 극복했다지만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는 여전히 인색한 편이다. 물론 과거에 국가 부도나 그에 준하는(IMF 자금지원과 같은) 위기를 겪은 국가의 등급이 경제적 여건이 비슷한 다른 나라들보다 2∼3단계 낮게 평가되는 관행과 신용평가가 본질적으로 후행적이라는 데서 기인한 결과다.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 정부나 금융회사, 일반 기업은 지금보다 낮은 가산금리로 외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해외 차입이나 투자 유치가 보다 원활해지는 것이다. 외국인 직접투자와 주식투자자금도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추진되는 구조조정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국내 기업이 자산이나 계열사를 매각하려 할 때 낮은 국가 등급을 이유로 외국인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해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통상 재무위험 영업(산업)위험 국가위험 등의 기준에 비춰 기업을 평가한다"며 "이중 객관적인 수치로 표시되는 재무위험보다 계량화가 어려워 주관적 요소가 개입되는 영업위험 국가위험이 등급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개별 기업은 경쟁 환경에서의 기업 위치나 경영 전략을, 정부는 법과 제도, 각종 규제와 정책 내용을 소상히 알리는 활동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국가신용등급이 개별 기업 신용등급의 암묵적인 상한선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IR(투자홍보) 활동은 필수적이다. LG경제연구원 심재웅 연구원은 "IMF체제 이전의 신용등급 회복을 위해선 경제 체질을 과감히 개선하고 있다는 신뢰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줘야 한다"며 "특히 많은 경제지표들이 전년보다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내실 있는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