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탁 KTB네트워크 회장, 진영욱 한화증권 사장, 정지택 두산그룹 IT부문 사장, 우병익 한국론스타 사장, 김탄일 줄리어스캐피탈 사장, 주우식 삼성전자 상무... 과천 관가(官家)를 떠나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공무원들이 늘어나면서 "모네(MONET: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 Network)"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모네는 기업에 몸담고 있는 이들 재정경제부 출신 인사들의 모임. 공무원 생활을 접고 낯선 세계에 발을 디딘 사람들이 서로 격려해 주고 정보도 교환하기 위해 만든 친목단체다. 지난해 9월 첫 회동을 가진 이래 분기마다 한차례씩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국가 경제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정부의 경제정책과 기업활동 방향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도 한다"(이영탁 회장)고 한다. 모네 멤버들은 모임 자체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공무원이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면 "돈에 팔려온게 아니냐" "더이상 승진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털고 나온게 아니냐"하고 사시(斜視)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않은 탓이다. "더군다나 "모피아(재무부 마피아라는 뜻의 속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결속력이 강한 재경부 출신이어서 자칫 영향력 확대를 위한 모임으로 잘못 비쳐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박용신 한국론스타 부장) 모네는 그래서 불명예 퇴직했거나 소위 "낙하산"을 타고 정부투자기관 등으로 내려온 사람은 철저히 배제한다. 공직에 대한 미련을 스스로 떨치고 벤처 등 새로운 세계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사람만 받아들인다. 모네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영탁 KTB회장. 교육부 차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까지 지내다 지난 99년 28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한 그는 과천시절 익힌 금융 지식과 폭넓은 대인관계로 KTB네트워크가 국내 최대의 벤처투자회사로 크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벤처기업의 가치평가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 성균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진영욱 한화증권 사장. 재경부 금융정책과장 때 외환위기(IMF) 책임론이 일각에서 거론되자 미련없이 관복을 벗어던졌다.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화그룹 금융부문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가 추진중인 대한생명 인수 업무도 그가 총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지택 두산그룹 IT부문 사장 겸 노보스컨설팅 사장은 "재경부의 동량(棟樑)"이라는 주위의 평가와 경기고 동창들의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75세까지로 보고 50세가 되면 새로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99년 민간기업 쪽으로 과감히 발길을 돌렸다. "공직사회가 점점 개방돼 민간이 치고 들어오는 만큼 공무원들도 민간기업가로 변신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워 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이직을 결심했다" 재경부의 핵심요직중 하나인 은행제도 과장을 박차고 나와 화제가 됐던 우병익 한국론스타 사장의 얘기다. 하자가 있어서 공무원 생활을 접은게 아니라 또 다른 세계에 대한 도전을 위해 과천을 떠난 사람들이기에 민간기업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효과가 없으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컨설팅 수수료 후불제 도입으로 관련업계에 충격을 던진 정지택 사장의 경우처럼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킨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99년 재경부 경제정책국 지역경제과장 시절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주우식 삼성전자 상무(IR팀장).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지난 봄 삼성전자 정기주총에서 참여연대의 공격을 논리적으로 방어해 주목을 받았다. 모네 회원들이 이렇듯 잘 나가고 있는데 대해 한 멤버는 "공무원시절 체득한 소명의식과 민간기업 특유의 활력 내지는 도전의식이 결합된 결과"로 풀이했다. 물론 공무원시절에 비해 아쉬운 소리를 많이 해야 하는 민간기업의 속성 내지는 어려움을 이기지 못한채 중도에 자리를 다시 옮기는 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들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몸과 마음이 바빠 숨이 가쁘지만 판단은 옳았던 것 같다. 이익과 성과 위주로 일을 진행하면서 승부에 대한 욕심도 커졌다" 지난 99년 9월 돌연 사표를 제출한 뒤 작년 3월 기업구조조정 회사인 호라이즌캐피탈 사장으로 변신한 김탄일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 국장의 말이다. 모네에는 이들 외에도 10년 이상 증권정책업무를 맡아 우리나라 증권정책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전홍렬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대기업 2세 경영자와 벤처기업사장들의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를 이끌고 있는 이형승 사장, 조창현 대일톰슨뱅크와치평가 사장, 김범석 전 키움닷컴증권 사장, 남명수 옥션 이사, 이상묵 PNRS컨설팅 대표,정규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최경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등이 고정繡値?참여하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