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서버 반도체 스토리지(저장장치) 등을 둘러싼 전세계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메이커간 '가격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경기 둔화,특히 IT산업의 침체에 따른 수요감소에서 시작된 가격전쟁은 이번 기회에 후발업체를 퇴출시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선발업체의 공격적 전략까지 겹쳐 이제는 메이커들의 존폐를 건 싸움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PC와 반도체 분야에선 이미 사업 철수 및 생산 축소를 선언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30일자)에서 정보기술 하드웨어 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감추세를 보이고 있는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 가격을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1.4㎓급 CPU(중앙처리장치)인 펜티엄4의 가격을 대당 1백93달러로 연초에 비해 66%나 인하했다. 비메모리 반도체를 대표하는 CPU 시장 점유율을 놓고 AMD와 가격경쟁을 벌인 결과다. CPU시장을 둘러싼 가격경쟁은 데스크톱 PC용은 물론 노트북 PC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도 마찬가지. 올 1월 평균 5.57달러에 달했던 1백28메가 D램 현물가격은 7월21일 현재 1.74달러로 떨어졌다. 한국의 하이닉스반도체와 일본의 후지쓰 NEC 등이 채산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감산에 들어가기로 한 상태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2백56메가D램의 제조원가를 1백28메가D램 두개를 합친 가격 밑으로 끌어내리겠다고 선언,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D램에서 시작된 반도체 불황은 이제 S램(휴대폰용 반도체), 플래시 메모리(디지털가전용 반도체) 등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PC의 경우 델컴퓨터가 올초 1천5백37달러에 내놓던 모델 가격을 1천2백27달러로 인하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지난 1년에 걸쳐 전세계 PC의 가격이 절반가량 인하됐다고 분석했다. 서버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 4500의 경우 7만6천5백달러로 올초에 비해 12% 떨어졌다. 오광진.이심기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