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테크놀러지(대표 조정일.www.kebt.co.kr)는 직원 86명의 전자화폐 솔루션 벤처다. 하지만 이 회사가 벌이고 있는 사업규모는 전혀 벤처기업 같지 않다. 지난해 9월 부산을 시작으로 울산,원주,경상남북,전북,경기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카드 사업권을 파죽지세로 따내며 국내 교통카드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급성장 추세의 경영실적=올 예상매출액은 지난해(1백30억원)보다 2백% 이상 늘어난 4백30억원대에 육박한다. 지난 상반기 매출은 1백54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올해 84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5일 코스닥 등록심사를 통과한 11개사 가운데 안철수연구소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주당 1만8천9백∼2만3천6백원의 예정발행가를 받아낸 건 이같은 고속성장세 덕분이다. ◇뛰어난 기술력=케이비테크놀러지는 지난 99년 세계최초로 신용카드와 교통카드 기능을 하나로 묶은 접촉식·비접촉식 겸용카드인 '콤비카드'를 개발했다. 매출액의 절반을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조정일 사장이 직접 반도체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립스 본사를 3개월동안 오가며 일궈낸 결과다. 케이비테크놀러지가 주도하는 전자화폐사업 컨소시엄 '마이비'는 뛰어난 기술력을 무기로 지자체의 전자화폐사업 입찰에서 대기업을 제치고 승승장구를 거뒀다. 부산광역시에서는 지난해 9월 교통카드로 백화점 쇼핑은 물론 인터넷 소액결제까지 가능한 '디지털부산카드'서비스를 시작,현재 50만장을 배포했다. 내년까지 총 2백50만장을 보급한다는 구상이다. 마이비 컨소시엄은 케이비테크놀러지가 1대 주주(15.2%)로 거래금액의 2.5%를 카드가맹사와 함께 나눠 갖는다. 지자체의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난 다음에는 카드리더 판매와 수수료 이익 등을 통해 경영을 안정적으로 끌어갈 수 있다. 미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이비'에 출자형태로 참여했다. ◇앞선 전략=이 회사가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교통카드를 앞세운 시장참여 전략이다. 교통카드는 전자화폐와 스마트카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향후 국내 전자화폐 시장 주도권 싸움에서 전초전이 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분야다. 지자체의 교통카드 사업을 저인망식으로 집중 공략한 것은 이런 인식에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