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이 미국의 미사일방어 추진과 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을 둘러싼 갈등 등 난제와 반세계 세력의 시위 위협 속에 20-22일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다.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 G8 정상회담 이후 세계의 정치, 경제 환경이 크게 변해이번 제노바 정상회담의 양상은 비교적 협력적 분위기가 지배했던 지난해와는 판이하게 다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전임자인 빌 클린턴 대통령이 8년 간 재임하면서 견지해온 국방과 환경, 무역 정책 등에 대해 새로운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미사일방어 추진과 기후변화협약 비준 거부라는 지극히 미국 이익 중심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러시아는 물론 유럽, 일본 등 우방 정상들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이후 세계 경제 침체가 심화되고 있어 이자율 인하 등 경제 회생을위한 거시경제 대책과 선진국 간 공조 문제가 주요 의제로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각국 이해관계 충돌로 정상들이 의견이 하나로 수렴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이 중동 평화협정 중재,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기금 조성 등 일부 의제를 제외하고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반세계화 세력에 시위의 장만 마련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정상회담 개막일을 하루 앞둔 19일 제노바에서는 전세계에서 모여든 약 3만명의반세계와 시위대가 대규모 가두 행진을 벌였다. 이같은 시위 규모는 보안 책임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 경찰의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것이다. 오후부터 시작된 시위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반세계 구호가 적인 깃발을 거세게흔들고 저지선을 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일부 과격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시위는 전체적으로 별다른 불상사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며 경찰도 과도한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반세계화 세력 지도부는 시위가 끝난 뒤, "오늘 시위는 G8 정상회담을겨냥해 준비된 세 번의 시위 중 첫번째로 단지 전초전에 불과하다"면서 "진짜 시위는 정상회담 개막일에 있을 것이고 우리의 목표는 회담이 열리는 시내 중심부를 둘러싼 경찰 저지선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경고해 경찰을 긴장케 했다. 이탈리아 경찰은 수일 전부터 회담장과 각국 대표단의 숙소가 밀집된 이른바 `레드 존' 주변에 수많은 인원을 동원, 출입을 통제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철통경비를 펼치고있다. 회담에 참여하는 일부 정상들도 반세계 시위 가능성에 불만을 표출했다. 토니블레어 영국 총리는 최근 각의에서 여러곳에서 문제와 혼란을 야기하는 `무정부주의자'들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측근이 전했다. 영국을 방문중인 부시 미 대통령도 블레어 총리와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무역자유화를 비난하는 시위는 빈국들에 고통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며 시위 자제를 당부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19일 로마에 모인 G8 외무장관들은 핵확산 방지와 군비축소, 중동문제, 국제분쟁 예방 등 다방면의 현안에 관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이틀간회의를 마무리했다. G8 외무장관들은 성명에서 "대량살상 무기 및 미사일 확산이라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기존 다자간 협정체제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고 군비통제와 핵무기비확산체제의 공고화를 위한 노력을 환영한다"면서 "이 체제를 준수하고자하는 우리의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는 미사일방어 계획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논의와 비판이이뤄지지 않았다. (제노바 AP.AFP.dpa=연합뉴스) karl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