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재건은 신노사문화의 창출 여부에 달려 있다"(도요다 야스시 서울재팬클럽 노동위원회 위원장) "한국의 노사는 서로를 파트너가 아니라 통제되어야 할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한국국제노동재단 주최로 1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외국기업인이 본 한국의 노사관계' 토론회에 참석한 외국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노사관계가 하루빨리 선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요다 위원장은 "최근 여론과 노조원들의 반대로 총파업이 실패한 것은 새로운 노사문화 창출을 위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의 노조는 더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며 이미 국가와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제1의 사회적 압력단체"라며 "경제적으로도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의 노동자는 한국의 근로자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지만 엄격하고 힘든 노동속에 경쟁력이 생긴다고 믿고 불평없이 일하고 있다"며 "한국의 기술개발이나 기업 규모 등은 준선진국 수준이지만 노동자들이 선진국 수준의 삶의 질을 요구하기 때문에 국가경쟁력이 세계 30위권 안팎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요다 위원장은 "한국 정부는 우선 신노사문화가 구축되면 노동자에게는 어떤 이득이 있는지,국가 경쟁력은 얼마나 향상되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만 노조원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신노사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프리 회장은 "현행 노동법은 노조측에 막강한 협상력을 실어줌으로써 대립적 노사관계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며 "사용자는 노조에 대한 시각과 다루는 방식을 바꾸고 노조도 회사안에서의 역할을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노사협력의 토양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법 체계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위기상황에 처하기 전에 근로자를 정리해고할 수 있으며 파업이 길어지면 대체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는 권리를 사용자에게 부여하고 △근로자에 대한 실업수당을 늘려 근로자들이 실업에 직면하더라도 사회안전망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같은 방향으로 법 체제가 정비되면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트리히 본 한슈타인 한국 BASF사장은 "한국은 고학력에 성실하고 추진력까지 갖춘 근로자를 보유한 게 장점"이라며 "그러나 외국인투자자는 불법·폭력파업,복잡한 임금체계,낮은 노동시장 유연성 등 때문에 한국에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보의 개방과 경영의 투명성 확보,노사간 비전 공유,짧은 근로시간 등의 이유로 독일에는 불법·폭력파업이 거의 없다"며 "한국이 선진 산업국이 되려면 사측은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노조측은 물가상승률 및 생산성 증가율에 연동해 임금 인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주제발표가 끝난 후 지정토론자로 나선 앨 라즈와니 P&G 코리아 사장은 "P&G 코리아는 우선 사측이 원칙에 입각해 투명경영을 실시했다"며 "노조도 이같은 회사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 노사간 협력적 관계를 이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들어 한국에서도 협력을 지향하는 상생의 노사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비에르 스메켄스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원활한 노사관계를 위해 사측은 근로자가 곧 회사의 최대 자산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