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연일 급락하면서 넉달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표채권인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최근 일주일새 0.45%포인트나 급락했다. 금융시장 주변에 금리를 끌어내릴 재료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제 악재라면 금리가 너무 빨리, 크게 하락했다는 점 뿐이다. 한국은행은 콜금리 인하뒤 시장이 금리하락(채권매수)으로 화답하자 크게 고무돼 있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로 돈이 도는 조짐도 보인다. 그러나 '하락 속도'에 대해선 경고음이 요란하다. 또 금리하락이 최근 화두가 된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대부분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 2차 '금리 랠리'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10일까지만해도 연 5.90%였다. 11일 5.80%로 내려앉은 뒤 18일 5.66%, 19일엔 한때 5.55%까지 내려갔다. 지난 3월15일(5.57%)이후 넉달여만에 최저치다. '금리 랠리(초강세 장세)' 양상이 뚜렷하다. 지난 2월 국고채 수익률이 연 5.0%까지 내려갔다 급등한 '2월 랠리'를 연상시킨다. 시장에선 이제 금리 저점이 얼마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단기적으로 연 5.4%대까지 내려간뒤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왜 내려가나 =무엇보다 금리가 올라갈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풍부한 유동성,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 총재의 금리 추가인하 시사,경기회복 시기 지연, 소비.투자 부진 등의 호재가 만발해 있다. 경기회복 시점이 '늦어도 4.4분기'에서 '빨라야 4.4분기'로 바뀐 이상 금리가 되오를 요인은 많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재환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단기적으로 채권 딜링(매매) 수요가 많아 하락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며 "현재로선 시장에 개입할 의사는 전혀 없지만 하락 속도는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금리 급등락때 기관들이 손해를 많이 본 '학습효과' 탓에 금리하락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 부양효과 있나 =최근 금리하락이 내수진작 등 경기부양 효과를 낼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가 훨씬 많다. 전경련은 4백대 기업의 하반기 설비투자가 상반기보다 2.8%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은행의 장태성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기업의 투자부진은 금리수준 탓이 아니라 투자해도 장사가 되는 사업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금리 하락은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기대된다. 6백조원에 달하는 기업의 금융부채를 감안하면 금리가 1%포인트 내릴 때마다 연간 6조원의 이자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흥시장 등 해외 불안요인과 시중자금의 부동산 이동 등 저금리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