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세계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통화.재정정책을 이용한 제한적 경기 진작책을 주문했다. 또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운영이 올해말로 끝남에 따라 기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실물 부문의 구조조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에 있는 대통령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을 의식한 정치논리가 경제정책을 훼손해 구조조정 노력에 제동을 걸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경제 발목잡는 대내외 환경 우리 경제는 내수가 살아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크게 줄어들어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그 배경에는 미국의 경기회복 지연, 일본의 경기침체 심화, 유럽연합(EU)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 확산이 자리잡고 있다. KDI는 이에 따라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1.5~2.0%에서 1.5% 안팎으로 내려잡고 정보기술(IT) 부문의 위축 등에 비춰볼 때 경기회복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일본과 EU의 경제성장 전망치도 1.0% 안팎과 2.5~3.0%에서 0.5~1.0%, 2.0~2.5%로 하향 조정했다. 안으로는 국내 대규모 부실기업의 처리가 아직도 끝나지 않아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기업의 수익성도 여전히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올해 경제 거시지표 수정 KDI는 내수회복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둔화 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수출부진도 예상됨에 따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3%에서 4.0%로 하향 조정했다. 경상수지는 수출 둔화에도 내수 부진과 환율 상승으로 수입이 감소해 당초 전망(134억달러)보다 소폭 늘어난 137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는 가뭄으로 당초 전망치 4.2%보다 높은 4.4%로 예상됐다. KDI는 미국의 경기회복이 상당기간 늦어지고 EU경제의 성장둔화 폭이 커질 경우 우리 경제의 수출 부진과 이에 따른 성장 저하가 예상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통화.재정정책으로 경기 살려야 KDI는 근원 물가가 어느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들어 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영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환율이 작년에 비해 크게 상승했고 근원물가 상승률이 억제목표 상한선인 4% 안팎에 이를 전망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확대 재정정책을 실시하고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KDI의 주장이다. 정부가 재정의 조기집행 계획에 따라 상반기중 자금배정을 작년 동기보다 16% 늘렸지만 1~5월 통합 재정지출은 7.7% 증가하는데 그쳐 배정된 자금의 상당액이 실제 집행되지 않았다고 KDI는 지적했다. KDI는 따라서 이미 배정된 자금을 하반기에는 집행하고 약 5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사용하면 상당한 경기조절 기능을 할 것으로 판단했다. KDI는 추경편성으로 GDP대비 통합재정적자가 0.1%에서 1%로 늘어나겠지만 경기둔화로 예상보다 세수가 줄어 적자규모가 1%를 초과하더라도 정부가 이를 감수할 것을 주문했다. 이같은 경기침체에 대한 지출의 확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중기재정계획을 운영하고 예산회계법.재정건전화특별법.기금관리기본법 등 재정 3법의 조속한 제.개정을 촉구했다. ◆구조조정은 차질없이 추진해야 부실기업을 투명하게 제대로 처리하면 한국경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돼 선진국의 금리인하로 풍부해진 국제 자금이 국내로 유입,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살아날 수 있다고 KDI는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상시구조조정 체제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부실기업정리 관련 법률을 지속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KDI는 기업경영 및 주식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를 예정대로 도입하고 지배구조개선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기업의 규제완화와 관련, 공장가동률이 75%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투자를 무조건 장려하는 것은 가동률을 더욱 떨어뜨리고 자원의 생산성을 저하시킨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30대 그룹지정 제도의 변경과 재벌의 은행소유 문제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신중히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KDI는 서울은행.대한생명 등의 민영화가 지연되고 우리금융지주회사의 구조조정이 부진한 이유를 점검해 정치적 요인이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핵심적인 금융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또 중소형 은행 및 비은행금융기관의 경우 '즉시 민영화 및 조기정리'를 기본전략으로 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앞으로는 민영화와 공적자금 투입을О完?민영화가 불가능한 금융기관은 조기에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DI는 은행 민영화 과정에서는 공적자금 회수 뿐 아니라 민영화된 은행이 스스로 건전성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와 금융감독체계를 선진화하고 금융규제도 풀 것을 요구했다. KDI는 노동정책과 관련, 실업률이 3%대로 하락하는 등 노동시장이 개선되는 상황임을 감안해 내수회복을 통한 간접적인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되 노사관계가 하반기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엄격한 법집행을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