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지시한 "내수진작 대책"을 놓고 재경부가 "처방전"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건전 재정유지"의 큰 틀을 유지한다는 대전제 아래 경기활성화 대책을 마련하려니 마땅히 동원할 만한 정책수단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재경부쪽 고민은 경기침체 속에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터에 떨어진 대통령의 "지시"를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 하는데 있다. 현재로서는 공기업과 연기금 등 공공부문의 예산을 조기 집행하거나 확대하는 "제한적 경기조절"이 최선의 경기처방이라는게 재경부 입장이다. 악화되는 국내외 변수 =미국 등 해외 주요국들의 경기회복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경제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4.4분기 회복론이 이젠 내년 1.4분기도 자신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경기는 내년 2.4분기 이후에나 기대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통령은 내수부양 지시를 내렸다. "현실 해법" 찾는 재경부 =현실적으로 경기부양을 할 만한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게 재경부쪽 설명이다. 지난해 초과 징수된 세금을 재원으로 마련한 1차 추경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는데 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논거에서다. 재경부는 이에 따라 "표나지 않게"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 정책들을 추진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가는 중이다. 우선 올해 정부 예산은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모두 쓸 예정이다. 매년 정부 예산중 10조원 가량은 불용.이월되고 있다. 따라서 불용.이월을 없애면 예년에 비해 10조원 가량을 더 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공공기금과 공기업을 동원해 경기부양 효과를 노리기로 했다. 국민주택기금 정보화촉진기금 등 사업성기금이 내년 이후 시행할 사업들을 올해로 앞당겨 집행하도록 하고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의 설비투자도 조기집행을 유도할 방침이다. 올해 주요 사업성 기금의 사업지출 규모는 6조원 가량이고 정부 투자기관의 투자규모는 15조원. 이들이 내년 계획의 10%만 올해로 앞당겨도 올해 투자규모를 감안할 때 줄잡아 2조원 가량의 자금이 동원될 수 있다. 이밖에 연기금이 부동산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건설경기 부양효과를 노리는 전략 등이 추진되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