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정보기술(IT) 산업이 사상 최악의 침체 국면을 맞고 있다. 매년 20% 이상 고성장을 구가해온 대만의 하이테크 산업은 올 들어 미국발 경기침체의 타격을 받으면서 수출이 크게 둔화,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체수출의 절반 가량을 IT 부문에 의존하고 있는 대만 경제는 올해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IT 침체 가속=대만 재무부는 15일 올 상반기 IT 부문의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감소한 2백90억달러에 그쳤다고 밝혔다. 전체 수출액도 크게 줄어 지난해보다 10.8% 하락한 6백32억2천만달러에 불과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대만 산업기술연구소(ITRI)는 올해 반도체 생산이 지난해 2백억달러보다 12% 떨어진 1백76억달러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보산업연구소(III)는 올해 데스크톱 및 노트북 생산 규모가 작년보다 최소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데스크톱 및 노트북 생산은 각각 78억달러와 1백35억달러였다. 세계 최대의 수출품목인 메인보드의 경우에도 지난해 56억7천만달러에 달했던 생산이 올해 10%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줄잇는 해고=하이테크 산업의 불황이 가시화되면서 대만의 주요 IT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 및 감산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업체인 UMC는 15일 전체 인력의 2.8%인 2백66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컴퓨터 제조업체인 에이서는 최근 3천여명을 줄인 데 이어 유럽 등지의 공장가동을 일부 중단시켰다. 대만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신추과학산업단지에는 올 상반기에만 5천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IT 부문의 침체로 대만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지난 1·4분기 성장률은 1974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1.06%에 그쳤다. 연구기관인 아카데미아 시니카는 최근 당초 5.21%로 예상했던 올해 성장률을 2.38%로 크게 낮췄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