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만 MIT 교수가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 해결책으로 페소화에 대한 평가절하 조치를 제안했다. 크루그만 교수는 15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는 재정적자가 아닌 통화정책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10년전 페소화 가치를 미국 달러화에 고정시킨 '통화보드'(Currency Board) 제도가 초인플레를 차단하고 경기 회복에 도움을 주는 정책으로 환영받았지만 1998년 이후 아르헨티나 경제가 위축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주변국인 브라질의 레알화에 대한 평가절하 조치와 유로화 약세로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는 데도 아르헨티나 당국이 유연한 통화정책을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크루그만 교수는 아르헨티나 당국이 통화제도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달러화로 차입한 민간부문의 외채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치명적 죄악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화폐 가치 하락은 약간 당황스런 일로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아르헨티나 당국의 페소화에 대한 평가절하를 촉구했다. 크루그만 교수는 브라질이 2년전 레알화 가치를 절하할 때 경제를 망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브라질 경제를 살리는데 기여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