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나날이 커지는데 우리는 점점 팔 물건이 없다.중국인들은 이제 웬만한 물건은 "이런 건 우리도 있다"고 면박을 준다(이송 KOTRA 상하이대표처장)" 대중국 수출이 위기다. 상반기중 한국의 중국시장 수출은 7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 증가율 37.5%에 비하면 크게 부진한 셈이다. 특히 다국적기업이 용호상박하는 상하이지역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93.1%에서 올 상반기 19.5%에 머물렀다. 중국의 WTO가입은 자동차 1백%,전자제품 23.5%에 달하는 수입품에 대한 차별관세가 폐지되거나 대폭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현재 자동차에 1백%, 전자제품에 23.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업체들의 중국진출은 여전히 "두루마리 화장지를 팔아도 매달 13억개를 팔 수 있다"는 단순 논리에 의존하는 '막가파식'인 경우가 많다. LG전자는 중국시장에서 에어컨으로 6위,전자레인지로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마진은 국내시장보다 훨씬 낮다. LG전자 톈진공장의 이철재 생산총괄부장은 "재료비는 국내에 비해 10% 적게 들지만 가격은 50~60% 낮춰서 팔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은 브랜드 인지도에선 다국적기업에,가격에선 로컬업체에 밀려 목표시장을 설정하기가 어렵다며 중국 진출을 위한 조언을 했다. ◇중국은 1백년 앞을 내다봐야하는 장기시장=LG전자 중국지주회사의 노용악 부회장은 "국내기업의 중국사업은 여전히 1회성 한탕주의가 많다"고 지적했다. 삼성과 LG 등 몇몇 대기업을 빼면 평균투자액수가 30만달러로 영세한 편이다. 또 단순가공이 많고 내수시장을 겨냥한 경우는 드물었다. 반면 외국자본은 거의 다 내수시장을 겨냥한 장기투자다. 모토로라의 경우 해외 총투자의 13%를 중국에 쏟아부었다. 금액으로는 40억달러(5조2천억원)로 지금까지 한국업체들이 중국에 투자한 총액(47억달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라=권호선 제일모직 상하이지사 과장은 "중국은 브랜드 기반이 약하면 일시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례로 한중수교 직후 중국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90년대 후반까지 중저가제품으로 로컬제품과 직접 경쟁하면서 양적 팽창에 주력하고 브랜드 홍보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 결과 97년 관영방송 CCTV가 삼성전자 AS 문제점을 보도해 큰 타격을 입었다. 삼성은 임원진을 교체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으나 2년간 고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중국 전역에서 SAMSUGN DIGITall이라는 국내와 똑같은 브랜드 이미지 광고를 시작했다. ◇중국 소비자의 안목은 이미 선진국 수준=손진방 LG전자 톈진법인장은 "한국에서 안 팔리는 물건은 중국서도 안 팔린다"고 말했다. 상하이에만 세계 5백대 다국적기업 중 3백여개가 진출해 고급제품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에서 유행이 지난 물건을 들고 갔다가는 망신 당하기 십상이다. 삼성중국전자총괄의 마케팅담당 한창호 부장은 "중국에서 한국제품은 오히려 비싼 고급제품이 더 잘 팔린다"고 했다. 애니콜의 경우 중저가모델군에서는 노키아 모토로라제품에 밀리지만 6천8백위안(1백만원)짜리 고급제품은 시장점유율 1위다. 노키아나 모토로라 등 다국적 기업의 경우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고 있어 한국제품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 ◇상대를 우습게 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이송 처장은 중국인의 사업수완을 '소리장도(笑裏藏刀)'라는 네글자로 표현한다. "중국인은 외모는 어리숙해 보이지만 어려서부터 손자병법을 배우는 협상의 명수다.사업할 때 대단히 차갑고 이성적이다.그러나 한국사람은 중국인을 우습게 알고 감정적으로 나간다.이때부터 중국인에게 진다" ◇조선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야=중국에서 사업할 때 한국기업이 일본업체보다 정착이 빠르다. 조선족 직원들은 한국인 임직원과 현지채용 인력간에 다리를 놓아주는 중간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홍보사절 역할도 해주기 때문이다. ◇현지 비즈니스 관행을 이해할 것=중국은 외상거래가 많다. 그것도 인민폐를 거절하고 달러만 받으려 하는 경우가 많다. 외상거래가 복잡하게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에 까딱하다가는 물건만 주고 돈을 못받기 십상이다. 현지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은 따라서 '큰 맘 먹고' 들어가야 하는 게 중국시장이라고 강조한다. 상하이=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