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서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전문직인 변호사를 내던지고 벤처기업에 뛰어드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변호사가 무슨 경영이냐"는 우려와는 달리 전문경영인 뺨치게 경영도 잘하고 있다. 법조인 특유의 탁월한 분석력과 치밀함을 경영에 접목,CEO로서의 능력을 한껏 펼치며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박병무 로커스홀딩스 대표, 황규민 하렉스인포텍 대표, 이응진 다이나릿시스템 부사장, 김남은 아이비씨파트너즈 대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변호사보다 기업인이 훨씬 보람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박병무 로커스홀딩스 대표=법무법인 김&장에서 잘나가는 기업인수합병(M&A) 팀장이었다. 13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접고 지난해 10월 벤처기업 대표로 변신,주위를 놀라게 했다. 서울대 전체 수석합격,법대 및 사법연수원 수석졸업으로 이름을 날린 법조계의 유망주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인생 항로는 코아텍(로커스홀딩스의 옛이름)을 인수하는 로커스측의 일을 대리하다가 김형순 로커스 대표를 만나면서 바뀌었다. 로커스홀딩스를 맡아달라는 김 대표의 제의를 받고 고민하다 변호사직을 버렸다. 그는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나올 만큼 원래 '경영'에 관심이 많았다. 박 대표는 제조업체이던 코아텍을 종합 엔터테인먼트회사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시네마서비스 싸이더스 예전미디어 등을 거느린 지주회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박 대표는 "로커스홀딩스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선두주자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규민 하렉스인포텍 대표=친구 따라 강남 간 경우다. 적외선 통신이 내장된 휴대폰 결제시스템을 개발한 하렉스인포텍의 박경양 대표가 지난해 10월 고교 단짝이던 그를 경영고문 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당시 그는 변호사 12명이 있는 금융전문 법무법인 한빛의 대표였다. 지난 4월엔 공동대표로 나섰다. 박 대표가 해외쪽을,황 대표는 국내 관리를 맡기로 한 것. 박 대표는 육군사관학교로,황 대표는 서울대 법대로 길을 달리했다가 20여년만에 다시 뭉친 셈이다. 황 대표는 "기업가는 많은 고민 끝에 외로운 결단을 내린다"며 "CEO가 변호사보다 훨씬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응진 다이나릿시스템 부사장=지난해 1월 로커스의 사업개발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벤처기업인으로 변신했다. 김형순 대표의 권유로 한달간 숙고하다 부동산 부티크 로펌인 로퀘스트를 접었다. 같은해 3월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싸이더스가 설립될 때 기획본부장을 맡았다가 그 해 10월 다이나릿시스템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회사는 집적회로가 적용될 시스템 환경에서 고밀도 집적회로 설계를 검증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지난해말 미국 실리콘 밸리에 현지법인을 설립,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부사장은 현지법인 운영을 총괄하면서 본사의 전략기획 및 재정을 맡고 있다. 이 부사장은 "자문을 해주는 변호사보다 적극적인 가치 창조의 주체가 되고 싶었다"며 밝게 웃었다. ◇김남은 아이비씨파트너즈 대표=8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집어던지고 벤처행을 택했다. 지난해 교육솔루션 개발업체인 마이투비닷컴을 창업했다가 법무법인 아이비씨와 이 회사를 만들었다. 재무 컨설팅이 목적이지만 최종 목표는 지주회사다. 김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뒤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지난 92년 변호사로 개업했으나 전관예우와 친분이 판치는 변호사 업계의 풍토가 싫어 벤처를 택했다. 김 대표는 "변호사라는 직업은 안정적이지만 인생을 바치기에는 미흡하다"고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