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들을 다시 뛰게 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긴급 실시한 "2001 경제관료 의식 조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이 내린 처방은 분명했다. 좌표 상실의 혼돈 상태에 빠져 있는 관료집단에 "일할 맛"(권한)과 "명분"(책임)을 되찾아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이후"의 미래 한국 경제에 대한 청사진을 만드는 일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평가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정부 조직 개편과 업무 분장을 확실히 매듭짓고 지연.학연으로부터 독립한 관료조직의 재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적지 않은 부처의 장관이 "분기" 단위로 바뀌고,정치권의 입맛에 맞춰 정책이 이리저리 뒤바뀌는 상황은 자존심 강한 엘리트 관료들을 더욱 좌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한마디로 장기적인 정책 비전과 그것을 이룰 수단을 잃은 관료집단,그들에 의해 이끌리는 "주식회사 한국"이 재정 산업 등 주요 거시분야의 정책 실종 상태에서 표류하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땜질이나 하는 현상유지 경제 운영을 걷어치우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시스템을 새로 만들라는 주문이다. 역할 재정립 서둘러야 =핵심 경제부처의 차관을 지낸 A씨는 요즘의 관료집단에 "3고 신드롬"이 팽배해 있다며 "긴급 수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3고"는 골치아픈 업무과제는 "덮어두고", (동료 또는 다른 부처로) 일을 "날리고", 그래서 마침내는 시급한 정책현안들이 "썩고"다. 창의성을 발휘할 재량권은 없이 외부 간섭과 여론몰이에 휘둘리다보니 무기력증에 젖게 됐다는 얘기다. 오석홍 서울대 교수(행정학)는 정부의 구조조정에 "밑그림"이 분명치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먼저 경제 행정의 비전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에 맞춰 정부구조를 재설계하라는 주문이다. 금융정책과 관련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정보산업과 기술정책을 둘러싼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의 "영역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도 원칙있는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것. 장관 교체가 잦은 것도 관료사회의 비전부재와 사기 실종을 부추기는 만큼 합리적인 인사시스템의 정착도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 구조 재구축 시급 =핵심 경제부처에서 국장급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최근 민간 기업으로 전격 전직, 관가에 충격을 안겨줬던 B씨는 "경제정책의 단기화와 전시행정화"를 관료사회의 가장 큰 위기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본식으로 정치인 등 외부출신이 장관을 맡더라도 행정의 일관성이 유지되게끔 사무차관제도를 도입하든지, 아니면 미국처럼 공직사회와 민간출신의 인사 교류를 상시화해서 전문성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 민간부문과 공직사회 사이의 교류 활성화와 관련, 박진성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갓 도입된 개방형 직위제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민간 전문가들의 지원이 늘어나도록 보수를 높여야 하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키워 공무원들의 민간 부문 진출도 활발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사회 내부의 변화와 더불어 일반 국민들이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공직 내부의 활력 없이는 개혁이 성공하기 어렵다"며 "공직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직무분석을 새롭게 실시해 이들에게 자신감과 역할을 재정립해 주는 일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