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출신 금융인 3명이 부도기업의 법정관리인 및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지 3년여만에 해당기업을 정상화시키는 데 성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강금중(姜錦中.60) 미도파 사장,차영준(車英俊.59) 해태음료 사장,이종배(李鍾培.58) 일화 사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3명의 CEO 모두 지난 69년 서울은행에 입사했다. 강 사장과 차 사장은 입사동기이고 이 사장은 연배는 낮지만 이들보다 10개월 고참이다. 특히 강 사장과 이 사장은 서울은행에서 똑같이 30년을 근무한 뒤 같은 해(98년)에 퇴임,부도기업의 재산보전 관리인을 거쳐 법정관리인으로 임명된 유별난 인연도 맺고 있다. 차 사장은 서울은행에서 8년간 근무한 뒤 이들보다 앞서 기업(해태상사)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99년 5월 미도파의 법정관리인으로 정식 취임한 강금중 사장은 임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제도개선을 통한 경비절감으로 3년만에 영업이익을 18배나 신장시켰다. 강 사장은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12월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 우수경영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3년간 회사 정상화에 매달리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탓인지 최근에는 건강이 나빠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강 사장보다 5개월 늦게 부도기업인 일화의 법정관리인을 맡은 이종배 사장은 취임 8개월만에 10억여원의 경상이익을 실현,17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일화를 처음으로 흑자기업으로 전환시켰다. 이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전 임직원과 함께 마라톤을 시작,몸으로 부대끼며 일체감을 조성해 나갔다. 일종의 '마라톤 경영'이다. 그는 일본시장에서의 판매확대를 위해 독학으로 일본어를 마스터한 뒤 판매회의를 일본어로 진행하는 억척스러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98년부터 사적화의 상태의 해태음료를 맡아오다 작년 6월 이 회사의 대주주가 바뀐뒤 정식으로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차영준 사장은 '해태의 영광을 재현시킬 기대주'로 각광받고 있다. 차 사장은 실질적으로 경영을 책임진 지난해 영업이익을 실현한데 이어 올해에는 순익도 7년만에 흑자로 돌려놓는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차 사장은 취임초 건전한 노사관계 확립에 주력,회사를 안정시킨 뒤 곧바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공략에 나선게 주효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의 성공은 "경력과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열정과 의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금융인 출신 법정관리인에 대한 기업내부의 거부감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