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채 보고서를 과학기술부에 제출키로 한데 대해 생명공학계는 당혹스러움을 보이면서도 당분간은 과기부의 입장을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에 대한 생명공학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모임인 '생명윤리기본법 실무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정선 서울대 교수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회와 공청회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생명공학계의 의견을 개진한 만큼 당분간은 과기부의 입장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문위는 처음부터 대표성이 없었으며 생명공학에 관한 광범위한 여론을 수렴하거나 논란을 조정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만큼 별 기대도 하지 않았다"며 "과기부가 생명공학의 국가적 전략수립 차원에서 각 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법안을 만들기를 기대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법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합의와 상식의 차원에서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라며 "그러나 자문위의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은 국가적 비전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추상적 윤리만 강조하는 제재수단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지난 5월 결성된 생명윤리기본법 실무추진위원회에는 대한불임학회, 한국생물공학회 등 18개 관련학회와 이세영 고려대 명예교수, 신현호 변호사, 유명희 KIST(한국과학기술원) 단백질연구단장 등 18명의 생명공학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한편 이 학회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도 이날 "자문위의 의견대로 법안이 제정될 경우 생명공학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계 전반의 연구개발과 연구진의 연구의욕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윤리 문제에서 가장 보수적인 영국이 배아복제 연구를 허용하고 있는데다 금지국인 독일도 최근 생명공학계의 새로운 조류를 받아들여 법개정 움직임을 보이는 등 우리처럼 근본적으로 통제하는 나라는 한군데도 없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자문위의 역할이 끝났다면 이제 정부가 과학.의학계는 물론 재계와 국민 일반, 그리고 환자들의 의견까지 폭넓게 받아들여 국가 경쟁력과 국민 보건권의 차원에서 미래지향적인 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과 독일의 관련 법안과 이 문제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이날 오후 9일간의 일정으로 출국했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기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