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월드(대표 이인규)는 국내 여아(女兒)용 완구시장에서 히트한 기업이다. 이 회사의 간판 제품인 미미인형은 스테디셀러로 통한다. 이 인형은 지난 82년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2천만개가 팔렸다는게 회사측의 주장이다. 85년 이후에는 매년 1백만개 정도 판매되고 있다. 미미를 살아 있는 존재로 생각하고 어린이들이 보낸 편지만 해도 매년 2만통 정도는 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완구가 아닌 "친구"로 =이인규(63) 대표는 "미미를 단순한 놀이 완구라기보다 친구로 인식시킨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여아용 인형은 있었지만 모델명은 단순하게 5cm 인형, 10cm 인형 등이었다. 완구시장에 마케팅 개념이 없었던 시절이라고 이 대표는 회고했다. 그러나 미미에게는 "스토리"가 있다. 미미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으로 피아노와 미술을 잘하지만 수학은 잘 못한다. 얌전한 성격까지 부여됐다. 전담 직원을 두고 편지를 받아 답장을 써준다든지 미미전화를 운영한 것도 미미를 어린이들의 "친구"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병원놀이 소꿉놀이 등 다양한 테마에 맞는 신상품을 매년 내놓고 있다. 신상품 기획의 주역은 대부분 이 회사 여직원들. 전직원중 43%인 30명이 여성이다. 기획과 디자인 개발을 총괄하는 김영희 전무는 이 대표의 부인이다. 철저한 외주전략으로 위기극복 =이 대표는 "미미를 배급하듯이 팔 때도 있었다"며 "워낙 잘 나가다보니 90년대 후반부터는 지나친 자신감에 남아완구를 비롯해 신상품을 남발했었다"고 고백했다. 시장조사도 하지 않고 내놓은 신상품이 먹혀들리 없었다. 수금은 안되고 신상품들이 반품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이후 반품은 더욱 쌓여 갔다. 이 위기에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이 회사가 은행에 맡겨둔 예금이었다. 현금흐름을 중시한 것과 함께 철저한 아웃소싱 전략도 이 회사가 내실을 다지게 된 배경. 생산물량의 절반 가량을 외주로 처리해온 이 회사는 지난해 초부터 전량 외주로 돌리기 시작했다. 분사한 2개 기업에 공장을 임대해 줬다.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간접비도 줄었다. 지난 4월에는 4년간 운영해온 중국 칭다오 생산시설을 국내 분사기업으로 이전했다.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다. 디지털 기술로 남아완구 다시 도전 =지난 76년 완구유통 업체로 설립된 이 회사는 82년 제조업에 뛰어든 이후 자동차 완구 및 플라스틱 조립로봇 등 남아용 완구도 만든 적이 있다. 하지만 남아용 완구시장에서는 번번이 실패했다. 올해 재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음성인식이라는 신기술로 승부를 걸었다. 지난 5월 내놓은 "뚜비"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이 회사의 첫 디지털 완구다. 이 대표는 "산업의 패러다임(기반)이 바뀔 때 후발주자가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완구의 디지털화는 대세"라고 말했다. 미미월드는 전국을 돌면서 7백여명의 음성을 녹취했다. 사투리도 알아듣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미국의 음성인식칩 업체에 보내 한국어를 인식하는 칩을 만든 것. 서라 가라 왼쪽 오른쪽 등 8가지 명령어를 인식한다. 케익 과자 등을 날라줄 수도 있다. 모습도 과거의 로봇 완구와 다르게 했다. 대부분 일본 로봇완구를 수입해온 국내 시장에서는 사무라이 모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뚜비는 스타워즈에 등장한 꼬마로봇의 모습을 닮았다. 뚜비가 여아용 완구 업체라는 이 회사의 이미지를 탈피시켜 줄지 주목된다. (031)422-5246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