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회복시기는 언제쯤 될 것인가.

최근 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 참석차 내한한 수전 필립스 미 조지워싱턴대 경영.행정대학장과 박윤식 교수(조지워싱턴대 경영학과)는 "미국경제가 올 하반기중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른바 구경제 분야에서부터 회복단계에 접어들어 내년이면 전 산업으로 경기상승 추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또 에너지가격 안정화와 미국의 IT산업 회복에 따라 한국경제도 곧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미국 및 한국경제 전망을 주제로 필립스 학장과 박 교수의 대담을 마련했다.


△ 수전 필립스 학장 =최근 10여년간 호황을 기록했던 미국경제는 1999년 4.4분기에 8.3%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현재는 상당한 침체상태에 빠져 있다.

호황기에 비교하면 최근의 성장률이나 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1∼2%대의 성장률은 꾸준히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미국 경제는 올 3.4분기나 4.4분기부터 회복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통산업에서 이미 그 기미가 나타나고 있고 IT(정보기술)분야는 내년이면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주택경기부터 살아나고 구경제로 대표되는 제조업 회복단계를 거쳐 IT분야까지 확산될 것이다.


△ 박윤식 교수 =미국경제 회복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필립스 학장의 의견에 동의한다.

최근 6개월 동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모두 6차례나 금리를 낮췄는데 금리인하 효과가 실물경기 부양으로 이어지기까지 약 6∼9개월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부터 경기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최근 미 정부가 가구별로 세금환급을 실시했는데 큰 금액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상당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가계부문의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경제란 어떤 의미에서 '심리적인 게임'이기도 하다.


△ 필립스 학장 =미국경제 회복을 낙관적으로 보는 근거로는 내구소비재 지출이 최근 약간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정부의 재정정책이 튼튼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주택건설 경기도 괜찮은 편이다.

반면 경기회복의 걸림돌로는 에너지가격 상승을 꼽을 수 있는데 다행히 최근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다.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에도 이 점은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미국경제 회복의 가장 큰 지지대는 무엇보다도 금융시스템이 튼튼하다는 점이다.

실물경기가 나아지더라도 금융시스템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경제는 병목현상에 빠진다.

특히 회복기에는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금융산업의 경쟁력도 이제 제조업의 경쟁력 못지 않게 필수적이다.


△ 박 교수 =아주 중요한 지적이다.

그 점에서 미국과 일본이 경제회복 단계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금융시스템의 부실로 경제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다.

게다가 일본은 기업이나 가계가 의지할 만한 금융의 축에 있어서 은행부문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

미국은 은행 외에도 주식을 비롯한 자본시장과 기업어음시장 등 보완시장이 다양하게 발달해 있다.

다양한 금융시장은 경제회복을 앞당기는 역할을 한다.


△ 필립스 학장 =지난 80년대 수많은 저축대부조합(S&L)이 연쇄 파산위기를 겪었던 미국의 경우가 참고가 될 것이다.

저축대부조합들이 곤경에 처하자 은행권이 그 역할을 상당부분 대신 했으며 나머지 금융권에서 충격을 분산해 흡수해 줬기 때문에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은행과 나머지 금융권의 조화로운 발전이 필요하다.


△ 박 교수 =최근 수십년간 미국 통화금융정책의 여건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금융권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50∼60년대 3분의 2에서 최근 5분의 1까지 줄어들었다.

지불준비율이나 주식거래증거금 예금이자율상한 재할인율조정 등은 정책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미국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한가지 유념할 것은 금리결정에 있어 FRB가 행사하고 있는 자율성과 독립성이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심지어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에도 정부당국자가 금리수준에 대해 너무 쉽게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경제적 논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의사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필립스 학장 =금융정책에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미국의 경우 과거 부시 행정부는 FRB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브래디 재무장관은 FRB에 사사건건 비난을 일삼았다.

정치인들은 중앙은행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신뢰를 얻어가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경제성장을 바란다면 정치인들은 중앙은행의 결정에 대해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게 상책이다.


△ 박 교수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충고하고 싶다.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경제에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다.

정책담당자와 사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는 있겠지만 공개석상에서 금리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결정에 맡겨 두는게 낫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느끼고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앞장서 금리인하 주장을 들고 나오면 중앙은행으로서 입장이 난처해진다.

경제적 논리에 따라 금리인하를 단행하더라도 마치 정치권의 압력에 따른 것이란 인상만 줄 뿐이기 때문이다.


△ 필립스 학장 =미국의 경우 FRB는 정치권과 겉으로는 사이가 좋아 보이지만 정책결정은 철저히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 취임 직후 공식행사장에서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무심코 힐러리 여사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해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중앙은행의 역할이 얼마나 공정하고 독립적이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일화다.


△ 박 교수 =한국경제가 회복단계에 빨리 진입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단결이 가장 시급하다.

인천국제공항에 내린 외국인들은 한국신문을 펼쳐보면 온통 다투고 헐뜯는 소식만 있다고 의아해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경제권과는 다른 모습이란 것이다.

또 경제회복은 전통산업분야에서 IT산업으로 서서히 진행될 것이므로 IT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싶다.

정리=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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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립스 학장은 누구 ]

수전 필립스 학장은 지난 1991년부터 8년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위원을 지낸 금융.통화정책 전문가다.

현재 조지워싱턴대 경영.행정대학장 겸 재무학 교수직을 맡고 있으며 시카고옵션거래소위원회 이사직도 갖고 있다.

필립스 학장의 전공분야는 통화정책과 금융감독 규제이론 등이다.

특히 파생금융상품에 관해 연구를 많이 했다.

FRB 위원으로 발탁된 것도 90년대 들어 미국 은행들이 파생금융상품을 앞다퉈 다루기 시작하면서 이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영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FRB는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감독규정을 상당히 보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필립스 학장은 경제이론뿐 아니라 실무적인 현장감각도 갖추고 있다.

대인관계가 좋으며 현재 미국 부시 행정부와 깊은 교류를 맺고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필립스 학장은 아그네스 스콧(Agnes Scott)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에서 재무.보험학으로 석사학위를, 같은 대학에서 재무.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이오와대학 부총장(87∼91년)도 지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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