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나라의 초일류기업 - 북유럽 3국에서 비결을 배운다 (中) ] 세계1위의 휴대폰 메이커인 핀란드의 노키아. 이 회사가 핀란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연간 4천만대 이상의 휴대폰을 판매,세계시장 점유율이 35%에 달하는 이 회사는 지난 5년간 연평균 33%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하며 핀란드 경제를 이끌어왔다. 그 뿐만이 아니다. 노키아는 헬싱키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60%,제조업 고용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IT경기가 침체국면에 빠져들면서 지나치게 높은 "노키아 의존도"가 국가경제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정작 핀란드 내부의 시각은 다른다. "노키아는 펄프와 철강 등에 집중된 핀란드의 경제섹터를 다양화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별 경기사이클의 변화에 따른 충격을 오히려 줄여준다"(핀란드 국가연금개발기금(SITRA) 올린 린드블라드 부사장) 노키아의 성공에는 정부와의 긴밀한 상호 협조가 한 몫을 했다. 핀란드 정부는 정보통신산업에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51%를 퍼붓고 있다. 노키아도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수립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R&D 예산의 집행권을 갖고 있는 총리 직속 과학기술정책이사회(VTTN)에 노키아의 COO(최고운영책임자)가 멤버로 참석할 정도다. 핀란드 정부의 산업별 클러스터(Cluster:영역) 육성정책 중 주력부문인 ICT(Information Computer Technology:정보 컴퓨터 기술) 분야의 핵심주역이 노키아다. 부품 및 장비,서비스업체 등과 형성하고 있는 광범위한 기업간 네트워크의 핵심에 노키아가 자리잡고 있다. 노키아라는 초일류기업을 중심에 놓고 정부의 산업정책을 입안함으로써 다른 기업들도 더불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전략이다. 북유럽의 강소국(强小國)들은 이처럼 주력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으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획일적 평등이라는 명분보다는 실리와 효용을 중시하는 기업친화적 사회 분위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스웨덴의 대표적 기업인 에릭슨은 지난 3월 계열사인 일렉트로룩스와 제휴,이투홈(E2Home)이라는 디지털 가전업체를 설립했다. 계열사간 시너지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에릭슨은 이미 인터넷 냉장고와 웹폰,인터넷 라디오 등 첨단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적인 가전업체인 네덜란드의 필립스와 제휴할 수 있었지만 파트너로 자국기업인 일렉트로룩스를 택했다. 문어발식 사업확장이라는 비난보다는 전체 사회에 이익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평가하는 여론이 조성돼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러한 기업친화적 사회 분위기와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에릭슨은 스웨덴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IT국가(IDC자료,2000년)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배당과 시세차익에 집착하고 기업경영에 무관심한 주식펀드보다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기업가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기술혁신과 연관산업의 발전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면서 스웨덴 경제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스웨덴의 유력일간지인 Aftonbradet의 에릭슨에 대한 평가다. 스톡홀름=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