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에 적용돼온 유엔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 조건을 까다롭게 하려던 계획을 보류키로 함에 따라 조만간 석유 수출을 재개할 것임을 2일(이하 현지시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3일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특별 각료회담에서는 기존의 산유량을 유지하는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OPEC는 현재 세계 석유생산의 40%에 해당하는 하루 2천420만배럴(공식분 기준)을 뽑아내고 있다. 이라크의 파이즈 압델-알라 샤힌 석유차관은 2일 바그다드를 방문한 러시아 대표단과 회담한 후 이라크 관영통신 INA에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이 기존의 조건대로 연장될 경우 "가능한한 빨리 석유 수출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라크 관리도 이날 빈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프로그램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미국-영국 주도의 제안을 공식 포기할 경우 "석유 수출 재개를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른바 `스마트 제제안'을 공동으로 마련해 안보리에 넘겼으나러시아가 강력히 반대하는 바람에 이를 통과시키려던 계획을 보류하고 프로그램을기존의 조건대로 연장시키기로 방침을 바꿨다. 스마트 제제안은 이라크가 석유판매 대금으로 구입하는 품목 가운데 민수용에대한 제재는 완화하는 대신 군사용으로 전용이 가능한 `이중 용도' 품목에 대해서는더 엄격히 통제하는 쪽으로 유엔 감독하의 현 프로그램을 손질하는 내용이다. 이라크는 스마트 제제안의 안보리 상정에 반발해 지난달 4일 한달간 시한부로석유 수출을 대부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라크는 하루 21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해왔다. OPEC의 차킵 켈릴 의장은 2일 빈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라크가 석유 수출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OPEC가 이번 각료회담에서 감산할 것이냐고질문받자 "감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의 압둘라 빈 하마드 알-아티야 석유장관도 이날 빈에 도착해 "석유 재고가 충분한 상태"라면서 따라서 "이번 회동에서 증.감산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전망했다. 알리 누아이미 사우디 아라비아 석유장관도 "시장이 기본적으로 안정돼있다"면서 "재고가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가도 (밴드제의 하한 수준에서) 유지되고있다"고 말했다. OPEC가 채택하고 있는 유가 밴드제는 가격을 배럴당 22-28달러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경파인 이란의 비잔 남다르 잔가네 석유장관도 2일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OPEC가 이번 회동에서 아무 것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유가가 폭락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OPEC가 대(對)이라크 조치에 관한 안보리의 공식 결정이 나올 때까지 산유량 조정을 자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잔가네 장관은 OPEC 비회원국인 노르웨이와석유생산 협력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오슬로를 방문했다. 한편 유가는 이라크의 수출재개 조짐에 자극받아 2일 국제시장에서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8월 인도분 기준으로 한때 91센트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해 지난 금요일 가격보다 44센트 하락한 배럴당 25.64달러에 폐장됐다. 서부텍사스 경질유도 8월 인도분이 30센트 떨어진 25.95달러에 마감됐다. 이날하락폭은 한때 75센트에 달하기도 했다. (빈.바그다드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