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정권의 구조 개혁 및 회생 처방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의 불황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2일 발표한 단칸(기업 단기경제관측)지수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 대기업들이 느끼는 경기동향지수(DI)가 1년반 만에 최저치인 마이너스16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번 조사때인 3월(마이너스5)보다 대폭 낮아진 것이며 1999년 12월(마이너스17) 이후 최악이다. DI가 2회 연속 마이너스로 나타난 것은 199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DI는 한국의 기업경기실사지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경기를 낙관하는 기업의 비율에서 비관하는 기업의 비율을 뺀 것이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면 경기 위축을 전망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일본은행의 DI는 지난해 3월 마이너스9를 기록했다가 6월 플러스3으로 반전된 후 설비투자 확대 등 실물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작년 12월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했었다. 이번 조사에서 비 제조업부문의 대기업 DI는 마이너스13으로 3월과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급속 악화된 것은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에 따른 해외수요 급감으로 수출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1차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관련 업종의 생산,판매 활동이 위축되면서 이로 인한 영향이 다른 제조업으로 폭넓게 확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 4월 광공업생산지수가 전월 대비 2% 낮아졌으며 특히 전기 기계는 6.7%의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해외 수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민간 소비도 얼어붙어 있어 당분간 어려운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은 민간기업들의 올해 설비투자가 전산업의 경우 지난해보다 0.4% 감소할 것이며 특히 대기업들은 감소율이 평균 4.1%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업률도 지난 5월 4.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불량채권 처리가 본격화될 경우 최저 12만6천명의 실업자가 더 생겨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체감경기 호전요인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