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은 '현상 유지'로 요약된다. 새로운 대책은 없고 정책과제만 중언부언 나열하는데 그쳤다는 혹평을 받는다. 진념 경제부총리는 "세계경제 둔화 속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의 폭과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가 동반침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발버둥' 쳐봐야 한계가 있다는 것. 하반기 7대 중점 추진 과제도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을 다시 한 번 열거하는데 그치고 있다. 7대 추진 과제는 △경기부양 없이 제한적 경기조절 기조 △경제의 불확실성 제거와 상시구조개혁체제 정착 △자금시장 안정 △투자·수출활성화 △미래성장 동력 확충 △중산.서민층 생활안정 △대외경제협력 증진 등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경제 현안을 열거했을 뿐 구체적인 해법은 눈에 띄지 않는다. 모든 문제를 다루다보니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한 대책을 담고 있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성장률 물가 실업률 등 거시경제 목표 설정에서 이같은 문제는 여실히 드러난다. 이미 5%선을 넘어서 있는 물가상승률을 4% 이내, 즉 3%대로 끌어내리겠다면서 성장률과 실업률도 각각 4∼5%와 3%선으로 맞추겠다고 공언한 대목은 상충되는 정책목표를 모두 달성하겠다는 '말의 잔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구조조정을 착실히 추진하면서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것 역시 전략적 모호함의 표현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한쪽에선 총액출자 규제와 30대 기업집단제도등 투자를 가로막는 낙후된 규제를 유지하면서 다른 한 쪽에선 투자 활성화를 논하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는 것.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의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이날 발표된 소위 '대책'은 고스란히 현 경제팀 능력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실 상반기 정책운용 부문에서도 별로 내세울게 없다. 정부 스스로 6월말까지 일단락 짓겠다고 한 개별기업의 구조조정 과제들도 하이닉스를 제외하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게 없다. 투자활성화 대책이 나왔지만 실제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고 노조파업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구조조정도 실기하고 말았다. 금융이용자법은 위헌 시비로 중도하차했고 비과세고위험신탁 등 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시책들은 입법화에 실패했다. 속수무책으로 맞는 하반기 경제에 대한 우려는 그래서 더욱 커지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