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넉달째 큰 폭으로 감소함에 따라 경기 회복이 더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것은 그나마 근근히 버텨온 내수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이 계속 줄어들면 수출업체의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국민소득도 감소하게 마련이다. 내수 경기까지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산자부 전망대로 수출이 올 4.4분기부터 회복된다 해도 재고조정에 들어가는 기간까지 고려하면 실물경기는 빨라야 내년 1.4분기 이후에나 회복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반도체 쇼크=최근 수출 부진은 반도체와 컴퓨터의 실적이 악화된 탓이라는 분석이다. 산자부 집계에 따르면 올 1월초부터 지난달 20일까지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각각 26.0%와 19.0% 감소했다. 이 두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수출은 2.1% 증가했다. 그만큼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 감소의 타격은 크다. 문제는 이 두 품목의 수출이 하반기중 회복될 수 있느냐는 것.산자부는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4.4분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컴퓨터 교체 수요가 일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PC 보급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오는 10월께 윈도XP 출시를 기대하고 있지만 지금 쓰는 PC도 큰 불편이 없어 당분간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급감하는 자본재 수입=수출 부진만큼이나 걱정스런 것이 자본재 수입 급감이다. 지난달 1~20일중 소비재 수입은 10.4%나 증가한 반면 자본재 수입은 23.8%나 급감했다. 자본재 수입은 4월과 5월에도 25% 넘게 뒷걸음질쳤다. 국내 설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산자부는 최근 수출감소에도 불구,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고 있어 올 무역흑자 규모가 1백20억~1백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수출 감소폭 만큼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대규모 흑자 속 경제규모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출 살아날 수 있나=산자부는 하반기 수출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올 연간 수출이 1천7백3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작년보다 0.4% 많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늦어도 4.4분기부터는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고 컴퓨터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며 석유화학 철강 등이 공급과잉에서 벗어나 가격이 회복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일부 기관들은 미국 경기가 올 4.4분기부터는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정보기술(IT) 부문의 과잉설비와 재고조정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칠두 산자부 무역투자실장은 "중국 중동 중남미 등 수출호조 지역에 대한 세일즈 외교를 강화하고 수출상품의 고급화와 유망 수출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호 기자 j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