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넉달째 내리막길로 치달으면서 좀처럼 부진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5월 들어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듯하던 수출은 6월에 다시 고꾸라지면서 심리적 저지선으로 인식돼온 두자릿수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정부의 총력 수출마케팅 지원과 규제완화라는 고단위 처방도 효험을 듣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수출 구조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 선진국도 수출불황 확산 = 두자릿수 수출감소율(-13.4%)은 작년 6월 월간 사상최고 실적을 올린데 따른 반사적 부진이기도 하지만 이미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의 공통된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29.2%, 6.1∼20), 일본(-18.6%), EU(-18.6%),대만(-22.6%, 1-5월)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반도체와 컴퓨터 등 IT(정보기술)경기 침체는 급기야 제조업 전반의 불황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올들어 10%의 이상의 고성장을 과시하던 중국마저 5월중 1%의 수출증가율로 맥을 못추고 있다.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비중이 22.5%(작년 기준)인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 '바닥확인인가, 장기불황인가' = 문제는 수출경기 회복의 최대관건인 반도체메모리 칩 가격이 조기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이다. 데이터퀘스트 등 시장조사기관들은 반도체 경기를 사상최악으로 진단하면서 바닥확인 시점을 올해말에서 내년 중반 이후로 일제히 늦추고 있다. 감산을 통한 가격조절 논의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업계간 감산공조 가능성이 희박하고 설령 감산하더라도 수요부진이 원인인 가격폭락세가 진정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64.128메가 D램에서 256메가 D램으로 생산비중을 전환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는 심각한 장기불황 국면에 빠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작년동기 대비 26% 감소했고 반도체수출의 40%인 D램 수출은 올들어 5월까지 26%의 감소율을 기록하며 수출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물론 IT 최대시장인 미국의 경기가 하반기부터 조심스런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아래 낙관론도 없지 않다. 6차례에 걸친 금리인하 조치와 감세조치가 하반기 경기부양으로 이어지고 컴퓨터 수요교체와 디지털TV 시장 확대도 경기회복에 일조할 것이란 예상이다. 산자부는 ▲윈도XP ▲펜티엄IV 가격하락 ▲크리스마스 특수 등을 호재로 꼽으면서 반도체 경기가 3.4분기 조정을 거쳐 4.4분기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수출입구조 개선 시급 = 올 상반기 수출실적에 대한 산자부의 자체평가를 요약하면 펀더멘털(Fundamental)은 여전히 건실하다는 것. 반도체.컴퓨터의 단가하락(1-4월, 작년대비 -11.2%)으로 수출금액이 급감하기는 했지만 물량(10.3%)은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게 산자부의 설명이다. 환율상승의 영향으로 수출기업 채산성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구조도 IT업종과 대(對) 선진국 수출편중도가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컴퓨터.자동차.석유화학.선박 등 상위 5대품목의 수출비중이 작년 41.5%에서 올 상반기 38.8%로 낮아지고, 특히 반도체.컴퓨터의 수출비중이 22.5%에서 18.2%로 내려갔다. 미국.일본.EU 등 전통적인 3대 주력시장은 수출비중이 47.3%에서 45%로 하락한 반면 중국.중동.중남미 등 `3중' 신흥시장의 수출비중은 20.5%에서 23%로 상승했다.IT비중이 높은 경쟁국인 일본(-12.2%)과 대만(-22.6%)보다 감소폭이 그나마 작은 것은 이런 수출구조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산자부는 강조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수출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수입쪽을 들여다보면 수출경기 조기회복을 더욱 낙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올 상반기 산업생산과 직결되는 기계류와 전자부품 등 자본재 수입은 여전히 -16%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데 이어 1-5월 수출용 수입(-8%)도 내수용(-6.5%)보다 감소폭이 큰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과 맞물려 자칫 성장잠재력이 위축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반면 불요불급한 소비재 수입은 6%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하반기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 하반기 수출 회복될까 = 산자부가 올해 수출목표를 당초 전망치(1천910억달러)보다 180억달러 줄어든 1천730억달러 안팎으로 하향조정한 것은 현단계에서 불가피한 궤도수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반기 수출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적'이라기 보다는 정부의 의지를 실은 '공격적'인 목표설정으로 보인다. 해외마케팅 강화 지원, 수출 벤처기업 육성, 수출금융 확대, 수출품목 다변화 등 범정부 차원의 총력적인 수출지원체제가 가동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게 산자부의 설명이다. 디지털TV 시장의 급성장과 PC 수요교체, 석유화학.철강업종의 공급과잉 해소 등 대외적 여건도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맏뮈㈉寬?불투명한 반도체 경기는 차치하더라도 하반기 수출을 위협하는 악재는 적지 않다.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현상이 지속될지 의문이고 국제유가(두바이유)는 동절기 들어 배럴당 27-28달러선으로의 급등이 우려된다. 미국.EU(유럽연합) 등과의 통상마찰도 간과할 수 없는 변수다. 수출 선행지표로 볼 수 있는 LC(수출신용장) 내도액도 6월 -15.2%로 여전히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자부는 수입의 동반감소로 작년(118억)보다 늘어난120-13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올릴 것으로 자신하고 있지만 수출경기의 반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하반기 흑자기조를 반드시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