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의 침체로 수출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기업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정부의 경기부양 및 수출증대 대책이 절실하다"(양재신 대우종합기계 사장)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국가 차원에서 무엇을 수출할 것인가를 조기확정해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단기적으로는 과감한 규제 완하로 기업의 탄력경영을 지원해야 한다"(조영철 CJ39쇼핑 사장) 주요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은 국내외 경제 환경이 나빠져 하반기에도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가 경기부양 대책과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경영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CEO들의 경기진단 =경기진단 결과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는 투자 부문이다. 올 상반기중 투자계획의 목표달성률(집행률)에 대해 CEO들은 대부분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자의 41.6%는 그럭저럭 계획수준(75∼1백%)을 맞췄다고 밝혔지만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준(50∼75%)이었다는 지적도 26%에 달했다. 또 22.1%는 계획했던 투자 규모의 절반을 밑돌았다고 응답했고 초과 집행했다는 경우는 10.4%에 그쳤다. 하반기 투자 규모에 대해서도 59.0%가 당초 계획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21.8%는 경기 전망이 밝지 않아 축소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투자 규모를 계획보다 더 늘리겠다는 견해는 12.8%에 불과했다. 올 하반기중 예상되는 경영상의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는 내수 부진(25.8%, 복수응답 백분율)을 꼽았다. 수출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소비 건설 등 내수 경기마저 경영 일선에서 느끼기엔 여전히 위축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급변하는 환율(14.0%)과 수출경기 위축(13.1%), 선거를 앞둔 정치 불안정(12.5%), 정부 규제(11.4%) 등의 요인도 하반기 기업경영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 CEO들이 제시한 경기활성화 방안 =경기부양 방안으로는 "SOC(사회간접자본) 민자사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추진을 통해 경기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심현영 현대건설 사장)는 주장에서부터 조세 감면(이기형 인터파크 사장),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전제완 프리챌 사장)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30대그룹 출자총액제한의 완화'(박운서 데이콤 부회장)를 촉구했다. '규제 완화와 함께 공무원들의 서비스정신, 사업체 종사자들의 쉼없는 노력 등의 3위일체'(이중근 부영 회장)를 주문한 CEO도 있었다. 기업 마인드를 진작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신용경색 완화와 환율 안정, 노사 안정 등도 강조됐다. 신영균 대우조선 사장은 "경제 문제에 있어선 정부가 원칙을 갖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으며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도 "정치 및 노사 안정이 긴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산업 전반의 기초인 제조업에 많은 관심과 격려가 있어야 한다"(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거나 "국내 경기는 미국 등 주변국의 상황에 따라 크게 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 여당의 대응책이 중요하다"(한동원 정소프트 사장)는 지적도 나왔다. CEO들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적극적인 마인드로 시장을 개척하는 마케팅 활동과 최고의 품질 및 고객만족 서비스를 실현하는 등 '적극 경영'이 필요하다"(강세호 유니텔 사장)며 기업 스스로의 정신 무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경제 전망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여서 안타까우며 어려움을 너무 쉽게 잊어선 곤란하다"(박상인 PSIA 사장)는 지적도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의 김성식 연구위원은 이번 설문 결과와 관련, "경영 일선에서 본 경기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점을 고려해 경제정책 운용기조를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 활성화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