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6번째 금리인하가 단행된 27일(현지시간) 다우는 소폭 약세,나스닥은 소폭 강세였다. 금리인하가 없었던 전날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금리인하의 약발이 먹히지 않은 이유를 월가 일부에선 '인하폭이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제 증시가 금리인하보다는 경제동향에 더욱 민감하게 변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앞으로 투자자들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정책보다 기업수익이나 거시경제지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보다 낮은 금리인하 배경=증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은 경제가 다소나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해 금리인하를 더이상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올들어 6개월간 6차례의 금리인하를 하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0.25%포인트 내린 것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FRB의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전까지는 계속 한번에 0.5%포인트씩 인하했었다. FRB는 이날 금리인하를 발표하면서 △기업수익악화 △투자감소 △소비둔화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이 여전히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우려'의 강도는 예전보다 크게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발표문에는 없지만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 덕에 내달부터 각 가정으로 '배달'되는 세금환불액이 어느정도 소비를 부추기는 등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금리 위주였던 미국의 경제정책이 이제 자연스레 감세정책 중심으로 배턴터치하는 셈이다. 금리인하 이후의 경제전망=미국 경제는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 정도로 높아 소비가 늘어나면 경제 전반이 쉽게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소비를 비롯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사인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크게 위축됐던 개인소비가 4월 0.4% 늘어났고 지난 26일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5월 소비자신뢰지수도 115.5로 올들어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4월에 5.5% 급락했던 내구재 주문이 5월에는 2.9% 상승하는 등 제조업도 좋아지고 있다. 그래서 "경기가 2분기에는 최악의 상황을 보이겠지만 금리인하와 감세정책이 맞물려 3분기에 반등을 시작하고 4분기에는 만족할 만한 성장을 기록할 수 있을 것"(로널드 힐 브라운브러더스투자전략가)이란 분석이 다시 힘을 얻는 중이다. 추가금리인하 여부=FRB는 6차례에 걸친 금리인하가 아직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금리인하는 통상 6~9개월 후에 효과가 나타나는데 이제 서서히 그 때가 됐다고 기대할 뿐이다. 그러나 만일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분명히 마련해 놓았다. 금리인하를 발표하면서 "인플레이션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 점이다. 이는 경제가 생각만큼 빠른 속도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 다음 금리결정회의가 열리는 8월21일 추가 금리인하도 가능하다는 속내의 표현이다. 한 손에 금리,한 손에 감세정책을 쥐고 있는 정책 당국의 노력이 어느정도 실효를 거둘지는 앞으로의 주가그래프가 말해줄 것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