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진의 박영미(38) 대표는 6월초에 법인을 설립했다. 이번이 5번째 창업이다. 그는 "그동안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다"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첫 창업을 한 때는 1998년초. 2년간 다니던 공연기획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엔터테인먼트사업을 공부하러 미국으로 떠났지만 외환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석달만에 귀국한 직후였다. 미국에서 애니메이션(만화영화)의 성장 가능성을 본 그는 애니메이션 컨설턴트 코리아를 세웠다. 로스앤젤레스와 베이징 등지에서 열리는 국제애니메이션 행사에 참가할 국내 업체를 모집하는 역할을 맡았다. 국내 애니메이션 행사의 기획도 했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마당발이 된 것도 이때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해외배급에 취약하다는 걸 간파한 그는 대학선배와 함께 영상물 배급업체를 세웠다. 하지만 반년도 지나기전에 닷컴열풍이 그에게도 밀어닥쳤다. 스카웃 제의가 들어와 모방송사가 만드는 웹콘텐츠회사의 창업멤버로 참여한 것. 그러나 그 회사는 오래지 않아 문을 닫았다. "회사도 그렇고 출자를 한 창업투자회사도 사업보다는 자금회수에만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지난해 4월 그는 모방송사 PD출신이 만든 웹콘텐츠회사의 창업멤버가 됐다. 기획이사로 위성방송 프로그램제공(PP) 사업을 준비하면서 "방송공부"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도 제대로 된 수익모델이 없었다. 때마침 직장 상사이던 고규태 본부장(현재 엔터진 부사장)이 낸 아이디어에 흠뻑 빠져 있던 그는 사내에서 그 아이디어가 계속 후순위로 밀리자 고 본부장과 함께 창업을 결행했다. 엔터진의 첫 아이템은 브랜드 게임 개발이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게임속의 캐릭터와 등장화면에 넣은 게임을 개발하는 것. 특허청으로부터 비즈니스모델(BM) 특허도 받았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삼성전자 LG전자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들에게 브랜드 마케팅 수단으로 게임을 제안하는 것. 박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의 새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생기는 문제도 잘 알고 있다. 테헤란밸리에 위치한 서울벤처인큐베이터의 10평 공간에 둥지를 튼, 전직원이 4명인 작은 회사지만 박 대표는 회사가 성장해도 직원수를 8명 이상은 넘기지 않겠다고 말한다. 두뇌(기획)만 있는 소수정예 회사로 꾸려가고 복지는 확실히 챙겨 주겠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돈도 꼬리표가 있다는 걸 알게됐다"는 박 대표는 "투자자라고 해서 선뜻 손을 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는 예비 기업인들이 배울만한 생생한 경영노하우가 쌓여 있지 않아요" 이에따라 박 대표는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자신의 경험을 꼭 후배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