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저성장(3.8%)을 경고하고도 막상 콜금리 인하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금리를 내리자니 억제목표(4% 이내)를 넘긴 물가가 걱정이고 금리 동결을 고수하자니 경기 부진에 대한 한은의 보수적 대응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 열흘 앞으로 다가온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7월5일)는 상충되는 금리 변수(물가불안 경기부진)를 놓고 머리를 싸매야 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FRB)이 올들어 금리를 다섯차례(2.5%포인트)나 내리고도 또 인하를 검토중이어서 한은이 받는 중압감은 더욱 커졌다. 금리 딜레마는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로 요약된다. 현 시점에서 물가 안정을 중시하면 금리를 계속 동결(또는 인상)해야 하고 성장률이 걱정이라면 과감히 내려야 한다. 금리 동결로 일관했던 지난 5월까지와 달리 최근들어 한은은 경기에 관한 코멘트를 부쩍 많이 내놓고 있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이달초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최근 강연에선 "그때 그때 최선의 정책을 선택할 뿐"이라며 다소 볼멘소리를 냈다. 이를 두고 한은에선 총재가 당장 금리 인하보다는 '좀더 두고 보자'는 생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전 총재가 '하반기 경기를 비관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은의 콜금리 인하 여부는 오는 29일 발표되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6월)와 산업활동동향(5월)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전망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