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경위의 25일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안정남(安正男) 국세청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국세청의 23개 중앙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미리 배포한 질의자료에서 이번 세무조사를 '언론말살정책'으로 규정하며 국세청이 청부업자로 전락했다고 주장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조세권에 예외는 없다"며 야당측 주장이 내년 대선을 고려한 전략적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세무조사 성격=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은 "이번 조사가 비판언론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보복극이자 언론길들이기 정책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라며 "특히 추징액에 대한 뻥튀기 산정은 국민들에게 언론사의 부정과 비리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줘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의원은 "헌법이 부여한 국민의 4대의무중 으뜸인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데 대한 적법한 세무조사를 놓고 정치권에서 시비를 계속하는 것은 조세권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세무조사의 정치쟁점화는 역사발전을 가로막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료공개= 한나라당 나오연(羅午淵) 의원은 "국세청이 23개 언론사에 대해 총액 개념으로만 추징세액을 밝히는 바람에 정부가 언론사와 추징액을 가지고 협상할 여지를 남겨뒀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이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각언론사별 추징내역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의원은 "현행 국세기본법상 개인과세정보는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며 "다만 5천56억원의 추징세액에 대해 법인세는 얼마이고 상속.증여세는 얼마인지 등 세목별로 추가로 밝힐 용의는 없느냐"고 물었다. ◇추징규모=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 의원은 "소규모 신문.방송사를 제외한 10개 중앙언론사의 법인세 과징금 총액은 3천502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언론사의99년말 당기순이익 총액은 1천86억원인 만큼 이같은 거액의 과징금 부과는 급격한 경영악화와 연쇄도산을 초래, 언론의 견제기능 상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기자의 대규모 해직으로 이어지고 관변언론과 소수 언론만이 생존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김대중 정부판' 언론통폐합과 언론인 강제해직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추징규모는 탈루소득이 얼마이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외형의 대.소와는 관계가 없다"며 "전체 규모도 5년간 23개 언론사와 69개 계열사 등 92개사에 대한 것인 만큼 1개사당 1년간 11억원 정도"라고 반박했다. 그는 "다만 추징세액을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언론사들의 입장에서는 경영에 큰부담이 되는 만큼 법이 허용하는 한 징수유예, 분할납부, 대물납부 등 최대한 납세편의를 제공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사주 사법처리= 여야 모두 언론사 사주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직접적인 언급을 꺼렸다. 한나라당 손학규 의원은 "국세청에서는 6-7개 언론사와 일부 언론사주에 대해 검찰고발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만약 그런 수순을 밟는다면 이번 세무조사 처리수순이 지난 99년 문제된 '언론장악문건'과 너무도 똑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의원은 "일부 언론사에 대해 해외거래 부문에 대한 확인 등 추가확인이 필요하다고 한 바 이번 조사에서 언론사주나 관련기업들이 해외로 도피한 사례도 적발됐느냐"고 물었다. 또 심규섭(沈奎燮) 의원은 "탈루 총액과 고발대상자를 분리해 '딜링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고발대상자를 하루빨리 발표하라"고 말했다. ◇무가지 접대비 산정=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무가지 중 20% 넘는 부분에 대한 접대비 초과 과세는 97년 1월 공정위 신문고시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 것인데 국세청이 이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느냐"며 "특히 신문배달원에게 오토바이를 사준 것도 접대비로 처리하는 등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임의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법치행정이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무가지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20% 초과분에 대한 과세는 적법하다고 강조했고 심규섭 의원은 "무가지 기준 초과분에 대한 탈루액 2천199억원에는 신문고시가 부활되기 이전에 이루어졌던 95년부터 99년까지의 조사분도 포함돼 있느냐"고 물었다. ◇조사팀장 소환 = 한나라당은 안정남 국세청장은 물론 손영래(孫永來) 서울지방국세청장, 서울국세청 조사국장, 현장투입 실무팀장 23명의 상임위 출석을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서울청장 이상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한나라당 간사인 안택수 의원은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서는 현장에 투입된 팀장의 출석이 불가피하다"며 "오늘 회의에 이들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라 이른 시일내에 공식으로 출석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여당이 손영래 서울청장 출석에는 동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야당은 조사국장 등 추가요구를 하면서 수용을 거부했다"며 "서울청장 이외의 추가출석은 관례도 없고 원칙에도 어긋나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