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독점규제 당국이 제너럴 일렉트릭(GE)과 하니웰간의 440억달러 규모 합병계획을 저지시키기 위해 내놓은 비장의 카드는 163년의 역사를 가진 '묶음이론'(BUNDLING THEORY)이었다. 서로 보완관계에 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결합해 고객에게 패키지로 제품을 팔면 고객 입장에서는 각각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로 부터 물건을 사는 것보다 할인된 가격에 제품구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렇게 할 경우 결합기업은 가격의 할인을 통해 개별 경쟁기업의 약화를 초래, 결국 기업간 경쟁을 저해할 뿐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단기적으로 볼 때 가격의 할인을 통해 고객이 이익을 보게 되지만 중.장기적으로 이 결합기업은 시장을 독점하게 되고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결국에는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소비자가 불이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최근 월 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따르면 유럽경쟁위원회(ECC)의 마리오 몬티 위원장은 GE와 하니웰의 합병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이같은 '묶음이론'을 인용, 중기적으로 고객들은 같은 제품에 대해 더욱 비싼 가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묶어 팔기'를 통해 시장을 장악한 대표적인 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를 꼽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찍부터 소프트웨어를 한 묶음으로 팔때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운영시스템 '윈도'와 웹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 를 묶어 팔았다. '묶음 이론'은 지난 1838년 프랑스의 경제학자 앙투안-오귀스텡 쿠르노가 '생산자의 상호관계에 대해서'라는 논문을 통해 구체화한 것으로 그는 이 논문에서 아연제조업체와 구리 제조업체가 기업결합을 통해 황동을 만들어 팔면 황동을 각 개별기업이 황동을 만들었을 때에 비해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EEC는 이같은 이론을 반영, 식품.음료업체인 디아죠가 합병을 시도했을 때 위스키회사들을 몇개 처분한 후에야 합병이 이뤄지도록 했으며 앞서 하니웰이 경쟁사인 얼라인드시그널을 인수했을 때도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몇 개 사업부문의 자산매각을 전제로 해 인수를 승인했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