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폭락에도 불구하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7년 연속 '세계 최고 갑부' 자리를 지켰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신호에서 발표한 '세계 최고 부자 명단'에 따르면 모두 5백87억달러(약 76조원)의 재산을 가진 빌 게이츠 회장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으로는 이건희 삼성 회장과 최태원 SK(주) 회장이 세계갑부 대열에 올랐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신장세에 힘입어 올해 처음으로 갑부대열에 합류했다. 이 회장의 순위는 반도체산업의 침체를 반영, 지난해 1백61위에서 3백12위로 내려 앉았다. 한국계 일본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순위도 인터넷거품이 터지면서 지난해 8위에서 55위로 하락했다. 워런 버핏 약진, 래리 엘리슨 추락 =올해 특징은 나스닥 폭락의 여파로 정보기술(IT) 부문 부호들의 재산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정통 투자방식을 고집해 온 워런 버핏이 2위로 약진한 것. 버핏은 작년보다 재산이 40억달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4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반면 빌 게이츠의 라이벌인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의 재산은 지난해 말 5백80억달러에서 2백60억 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정의도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재산규모가 7백60억달러에 달했으나 지금은 56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언론.레저산업이 갑부 산실 =부문별로는 언론.레저부문의 부자가 62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부문이 61명으로 조사됐다. 정보통신 부문은 나스닥 폭락에도 불구, 57명이 명단에 올라 건재를 과시했다. 전체 명단중 여성은 37명으로 7%를 차지, 부의 남성 편중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세계 최고 부호 5백38명의 재산은 무려 1조7천3백억달러로 프랑스 국내총생산(GDP)보다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갑부순위 절반 휩쓸어 =미국은 전체 부자 5백38명 가운데 무려 절반 이상인 2백69명의 부자들을 배출, 부자나라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특히 10대 부자중 미국 국적이 아닌 사람은 소매 체인점을 소유하고 있는 독일의 알브레히트가(家)와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인 알 왈리드에 불과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