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하반기 경제를 비관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21일 발표된 한은의 저성장(3.8%) 전망은 지금까지(상반기)가 나빴다는 의미이지 하반기에도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은 아니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 총재는 22일 은행회관에서 '하반기 경제여건과 통화신용정책 운용 방향'이란 내경포럼 초청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금리정책과 관련해 "금융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그때그때 최선의 정책을 선택할 것"이라며 콜금리 인하 여부를 예단할 만한 힌트는 주지 않았다. ◇ 비관은 금물 =전 총재는 21일 한은이 발표한 올 한국 경제전망 수정치와 관련, "전년동기대비 전망치는 낮지만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상승세여서 경기가 좋아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가 거의 지난 현 시점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가 낮다는 데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올 분기별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로 2.4분기 3.3%, 3.4분기 3.0% 등 부진해 보이지만 전분기에 비해선 꾸준한 오름세를 점치고 있다. 관계자는 "전분기 대비로는 작년 4.4분기 마이너스 0.4%에서 올 1.4분기 0.3%, 2.4분기 1% 안팎, 3.4분기 이후 1.5% 안팎의 성장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 금리 내리나 =전 총재는 콜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만 전적으로 시장 움직임에 따라가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한은은 일단 올 3.4분기까지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만큼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억제목표(4% 이내)를 넘긴 4.4%로 전망한 이상 운신의 폭은 넓지 않다. 전 총재는 "상반기처럼 경기와 물가가 상충(물가상승.경기둔화)될 때 정책 선택이 대단히 어려워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 총재는 특히 '한은이 너무 신중하다'는 지적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는 "때가 되면 필요한 행동(금리인하 등)을 취할 것이며 경기가 안좋을 때는 재정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와 연구기관들이 앞다퉈 금리인하를 촉구한데 대한 완곡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