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그룹의 핵심사업인 OB맥주의 지분을 매각한 것은 발전설비 등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두산은 의미없는 지분만 남기고 사실상 맥주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이에 따라 두산의 산업재 비중은 85%로 늘어났으며 두산의 사업 재편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두산은 OB맥주 지분 매각을 시발점으로 지금까지 음료 식품 등 경공업·소비재 제조업체로 인식돼 온 그룹 이미지를 앞으로는 중공업·발전설비 분야 전문그룹으로 바꿔나간다는 전략이다. 미국 발전설비업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전기공과 한전기술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이같은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들 기업을 인수,발전설비의 설계에서부터 생산·유지보수까지 일괄체제를 갖추겠다는 게 두산의 구상이다. 전력설비 유지·보수 전문회사인 한전기공과 건축·엔지니어링 관련 기술서비스회사인 한전기술은 자산가치만 각각 5천억원에 이르는 회사다. 두산이 그동안 구조조정을 착실히 해 왔지만 현재의 그룹 자금사정으로는 인수대금을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더욱이 두산중공업 인수로 두산의 차입금 규모는 2조원대로 불어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OB맥주 지분 매각이 한전기공과 한전기술의 인수대금 마련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두산이 소주부문까지 팔아 소비재 부문을 완전히 정리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일단 매각대금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박용만 사장은 "주류 식품 등 소비재 부문도 주력사업의 한 축으로 균형있게 성장시켜나갈 계획"이라며 "중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소재산업군,주류 식품 등 소비재산업군,미래성장을 위한 씨앗인 정보통신·벤처사업군 등 3가지 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산의 구조조정을 조언하고 있는 매킨지컨설팅은 전자·기계·포장·건설 등 중간산업재의 매출이 60%를 차지하는 매출구조로 봤을 때 두산그룹이 소비재를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 상태다. 매킨지는 이달 말 최종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이때가 되면 두산의 사업구조 개편은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