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워토스의 송공석(49) 사장은 최근 가뭄으로 농민들이 물을 대느라고 고생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물 절약 방법을 놓고 반평생 씨름해오면서 농민들의 고통이 동병상련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송 사장은 물의 고마움을 실감하지 못했던 지난 89년 우리나라도 물 기근국가가 될 것이라는 유엔환경회의의 발표를 접하고 무릎을 쳤다. 일류 절수기를 만들 경우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 공익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때만 해도 그는 변기 부속이나 생산하던 영세기업주에 불과했다. 인생의 목표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이 때부터 사원들과 밤을 밝혀가며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원리부터 익히느라 완제품을 만들 때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4개의 몰드(금형)를 부수는 등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고생 끝에 절수기 생산에 성공한 지난 91년 그는 자신있게 판매에 나섰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건설업체나 양변기 설치업체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공연히 절수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녔다. 이같은 노력은 93년부터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물 절약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절수기를 찾는 사람들도 하나 둘씩 늘어났기 때문이다. 송 사장이 절수기에 애정을 쏟고 혼까지 불어넣었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KS마크는 물론 환경 및 Q마크까지 획득했다. 제품의 내구성과 정밀도를 꾸준히 높여온 덕택에 지난 5월19일 발명의 날에는 산업포장을 받았다. 양변기 부속전문업체로서 한 길을 걸어온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었다. 이에 따라 경영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68억8천만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에는 1백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과 베트남 대만에 1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송 사장이 요즘 명예를 걸고 판매 중인 제품은 대소변 분리형 단추가 부착된 최신식 절수기.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고 10년을 사용해도 끄떡없도록 제작했다. 절수효과는 30∼40%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전국 2천만 가구의 30% 가량이 절수기를 사용하고 있다. 모든 가구에 절수기를 설치하면 연간 2억2천만t의 물이 절약된다는 것이 송 사장의 계산이다. 이는 논란 끝에 백지화된 동강댐 저수량과 맞먹는 양이다. 절수기 설치로 나타나는 누수방지 효과까지 감안하면 5억?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송 사장은 요즘 신명이 나 있다. 수도법 개정으로 오는 9월부터 다중 이용시설과 아파트 등에 절수기 설치가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환경부가 추진 중인 와스코(Wasco)사업에 뛰어들 생각이다. 절수시설을 먼저 설치한 후 운영비가 줄어들면 그 때가서 시설비를 청구해 받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물 절약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물 절약사업의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인천지역에서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는 경영인 중 한사람이기도 하다. 17세 때 전남 고흥에서 올라온 뒤 온갖 고생을 다했던 전력이 지금도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습관을 갖게 했다. 절수기 한 개를 팔 때마다 50원씩 적립,심장병 어린이 수술비에 쓰거나 불우이웃 돕기성금으로 기탁하고 있다. 엘림의 집 등 각종 복지시설에 끊임없이 재정 지원을 해오고 있다. 송 사장은 절수기 사업을 하면서 '4-윈(WIN)'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절수기를 생산해 메이커와 유통업체 소비자 사회가 모두 이익을 얻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자신의 할 일은 아직도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032)563-3686 인천=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