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은 이에 앞서 발표된국책연구원의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연간 성장률에 대해 지난 19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KIET)은 4.3%,금융연구원은 4.5%의 전망치를 제시했지만 한은은 3.8%로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은의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작성한 5.3%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것이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은 실물경제 둔화추이와 함께 대외여건이 개선될조짐이 뚜렷하지 않다는데 기인하고 있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경제의 본격회복에 다소의 기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여기에 일본경제의 침체지속, 유럽경제의 둔화 조짐등으로 대외여건이 단기간에 크게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정보통신(IT)산업의 부진으로 수출의 조기회복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데전 총재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실물경제도 2-3월중 둔화세가 다소 진정되는 듯 했으나 4월들어 다시 둔화되는등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관측이다. 한은은 `1-2개월전보다 상황이 나쁘다'며 1.4분기 3.7%(실적치), 2.4분기 3.3%(추정)에 이어 3.4분기에는 3%(추정)로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이같은 경기둔화세가 4.4분기에 이르면 수출 및 소비가 늘어나고 투자의부진이 완화되면서 약해져 성장률이 5.1%내외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3.4분기중 경기가 워낙 좋게 나타나 기술적인 하락으로올 3.4분기가 더욱 낮게 전망됐다"면서 "경기가 4.4분기부터 뚜렷하게 개선추이를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우리 경제의 저점도 3.4분기에 통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물가는 연초부터 어려움이 예상됐던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7%로 전망했으나 6개월만인 이날 4.4%로 수정했다.국책연구원 전망치(4.2-4.3%)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이다. 분기별로는 1.4분기 4.2%(실적치)에 이어 2.4분기 5.3%, 3.4분기 4.4%, 4.4분기에는 3.8%로 수정 전망했다. 근원인플레이션은 올해 연간 4.3%로 전망돼 연간 관리목표(3±1%)를 벗어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물가관리가 목표치를 벗어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유가, 공공요금 인상및 환율상승의 영향이 지속된데다 가뭄 등으로 농축산물의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 5.3%에 이어 5월에는 5.4%로 두달 연속 5%를 초과했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물가가 높았기 때문에 올 하반기들어서는 기술적인 둔화라는 반사효과가 예상되고 환율과 유가도 상반기보다는 안정될 것으로 예상돼 4.4분기에는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경기의 부진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수요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으리라는 것도 하락요인으로 분석된다. 경상수지는 상반기 흑자기조가 하반기에도 이어지면서 연간으로는 지난해 수준을 상회하는 130억달러 내외(국책연구원 115억-138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낙관할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흑자기조가 수출이 늘어서라기보다는 수입감소로 인한 것이어서 우리 경제에 희망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지는 못하다. 한은은 국내투자 및 수출수요 위축으로 원자재 및 자본재 수입이 크게 감소, 성장동력이 약해진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잠재성장기반을 갉아먹을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jbt@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