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의 사심없는 경영과 직원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채권 금융회사의 지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라는 낙인을 말끔히 씻어버린 업체들의 공통점을 정리한 키워드다. 채권단 경영진(대주주) 직원 등 이해관계자 "3자"의 합심이야말로 기업회생의 보증수표라는 얘기다. 최근 기업구조조정협약 운영위원회로부터 워크아웃 조기졸업대상 업체로 권고받은 벽산건설이 바로 이런 케이스다. ◇노사화합에 따른 구조조정=벽산건설은 지난 98년 8월 외환위기 이후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영업실적 악화로 워크아웃을 신청했었다. 당시 부채 규모는 무려 8천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워크아웃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17개였던 계열사를 6개로 줄였다. 매각대금은 전액 부채를 갚는 데 썼다. 직원도 당초 워크아웃계획에 들어있던 감축목표 1백28명보다 훨씬 많은 2백44명을 노사 자율협의 아래 줄였다. 현재까지 단 한번의 노사분규도 없이 회사살리기에 서로의 힘을 보탰다. 임직원들은 원가절감 운동을 자발적으로 벌이면서 경영 정상화에 앞장섰다. 회사측도 퇴직자들을 위해 전직을 알선하는 등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데 노력했다. 대주주도 4.6대1의 감자(자본금줄임)를 실시하고 자산매각 등을 하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채권단의 전폭적 지원=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 등 채권단의 시기적절한 지원도 한 몫을 했다. 벽산건설은 87억원의 부채를 출자로 전환받았고 1천4백12억원의 전환사채(CB) 인수 지원을 받았다. 또 건설업의 특성상 공사수주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4백51억원을 긴급지원받았고 기존 채무는 2002년 말까지 상환유예 조치됐다. 계열사간 서로 섰던 지급보증액도 면제받았다. 채권단에서 파견한 경영관리단은 시시각각 회사의 현금흐름 등을 파악해 신속한 지원을 해왔다. 이 회사 유세종 구조조정팀장은 "주관은행측에서 채권회수보다 회사입장을 반영한 지원책을 마련해 회사 경영이 급속히 정상화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명한 경영 정착=이 회사는 성공요인으로 '투명한 경영'을 꼽았다. 대표적인 것이 하도급을 주거나 자재를 구매할 때 인터넷을 통해 경쟁입찰을 실시한 점. 분양광고 대행사도 공개경쟁을 통해 선정했고 자금 사용은 은행 경영관리단과 상의해 집행했다. 자연히 불공정 관행이나 비자금 등이 사라졌고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또 월 1회 이사회를 개최하고 이 내용을 전 직원에게 공개하는 투명경영에도 힘을 쏟았다. 회사의 발전방향에 대해 종업원의 이해를 구하고 힘을 모은 것이다.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경영인인 정종득 사장의 리더십도 큰 몫을 차지했다. 유 팀장은 "워크아웃 2년 만에 지난해 9백84억원의 경상이익을 내는 등 영업실적이 호전됐다"며 "3자간 합심으로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