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Week 본사 독점전재 ] 암울한 PC업계의 모든 경영자들은 오는 10월25일에 한줄기 희망을 걸고 있다. 이날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운영체제(OS) 신제품 '윈도XP'를 출시하는 날이다. 휴렛팩커드의 칼리 피오리나에서 미국의 간판 전자제품 소매체인인 서킷시티의 알랜 맥콜로프까지, 관련업계 총수들은 XP가 PC경기를 부양해 주리라고 믿고 있다. PC메이커인 게이트웨이의 테드 와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정말 오랜만에 PC를 사야할 강력한 동기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XP는 분명 매출을 자극할 것이다. 그러나 PC업계 성장 둔화병을 고쳐줄 기적의 치료약이 되진 못할 전망이다. 더욱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PC업계의 가격전쟁을 감안하면 그 어떤 'XP효과'도 기진맥진한 PC업체들과 소매업체들의 수익을 끌어올리는 데는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 같다. 전자제품 소매업체인 테크 데이터의 엘리오 레비 수석 부사장은 "터널끝의 빛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물론 XP는 '윈도95' 이후 그 어떤 OS제품보다도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XP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중에서 시스템 충돌 횟수도 가장 적다. 더욱이 한 대의 컴퓨터를 공유하는 사용자들의 경우 제각각 자기만의 초기화면에 로그온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사용자들이 PC를 통해 직접 말하고 PC 카메라를 이용해 비디오 회의를 열 수도 있다는 XP의 멀티미디어 기능이다. 그러나 문제는 윈도의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던 시대는 끝난 것 같다는 점이다. 더욱이 XP가 '윈도95'처럼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품이 되지 못한다. '윈도95'가 나올 당시에는 대부분의 PC가 아주 단순한 작업조차 겨우 수행하던 서투른 기계였다. 이런 상황에서 '윈도95'는 엄청난 실적향상을 가져다 줬다. 업계 조사기관인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프에 따르면 이 제품은 지난 1997년 PC 판매대수를 전년보다 1백73%나 끌어올리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 후에 나온 '윈도98'은 PC판매를 불과 20% 끌어올리는데 그쳤다. 이제 가정용 컴퓨터 대부분의 주기능은 인터넷 접속이다. 윈도가 꼭 있어야 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니다. 또 PC 사용자들이 잦은 시스템 충돌을 싫어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8백달러 이상을 들여가면서 XP가 장착된 PC를 살 정도는 아니다. 가트너 데이터퀘스트의 애널리스트인 찰스 스멀더스는 "꼭 업그레이드해야만 하는 절실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비자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점을 확신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불과 4개월동안 XP를 선전하는데만 총 2억달러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호사스러웠던 '윈도95' 발표 때보다 두배나 많은 액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산업 전반에 압력도 조성하고 있다. 지난 3월22일 시애틀에서 열린 한 사교모임에서 빌 게이츠 회장과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 사장은 PC업체에서 소매업체의 경영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자기 몫을 해달라고 압력을 넣었다. XP효과가 단명에 끝난다 하더라도 올 4.4분기에서 내년 초까지는 PC시장을 부양하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PC 구매의 기본 사이클 때문이다. 10월 정도면 소비자들은 같은 값에 몇년전보다 훨씬 고성능이면서 처리속도가 빠른 PC를 살수 있게 될 것이다.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의 애널리스트인 케빈 매카시는 오는 4.4분기 PC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 들어서면 Y2K이전에 PC를 샀던 기업들도 업그레이드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같은 가격전쟁이 계속되는 한 이런 매출자극이 PC업계의 순익에 불을 붙이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주요 윈도 신제품 발표가 PC 업체들의 가격인상 기회로 이어졌지만 이번 XP는 PC업체들의 순익 향상에 별 역할을 하지 못할 것 같다. JP 모건 체이스의 애널리스트인 다니엘 쿤슬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업계에 활력을 다소 불어넣긴 하겠지만 (PC업체들은) 오로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만 정신을 팔 것"이라고 점쳤다. 결국은 PC 업체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그토록 기다렸던 한줄기 희망은 휙 지나가 버릴 것이다. 정리=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