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보통신 정책이 갈피를 못잡고 표류하고 있다. 동기식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은 몇개월째 지연되고 있으며 3강체제로의 통신시장 구조개편과 선후발 통신사업자간 비대칭(차등)규제 계획도 말만 요란할뿐 명확한 정책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이에따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으며 관련업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정보통신부의 '말바꾸기'다.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3월 취임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동기식 IMT-2000 사업자에 대한 출연금 삭감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또 지난 5월18일에는 제3사업자의 주체로 LG를 거론하며 LG텔레콤이 추진중인 컨소시엄에 무게를 실어줬다. 이런 입장이 지난 15일 1백80도 바뀌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출연금 삭감은 없고 대신 분할납부를 통한 부담완화를 검토하고 있으며 LG가 3강체제 개편의 틀을 만들어 IMT-2000 사업권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사업권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양 장관은 한술 더 나아가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며 취임당시 상반기까지 끝내겠다는 입장에서 후퇴했다. 이와함께 "IMT-2000 법인이 지주회사를 만드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며 통신지주회사를 통한 구조조정 추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 출연금삭감을 전제로 컨소시엄 참여사를 모집했던 LG텔레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G텔레콤은 특히 출연금 감액 불가방침이 캐나다 TIW와의 투자유치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있다. 양 장관의 발언여파로 LG텔레콤 주가는 18일 하룻동안 7백40원(9.83%)급락한데이어 19일에도 3백90원(5.74%) 떨어졌다. 3강체제 개편을 민간사업자에 떠넘긴 것도 문제다. 정통부는 3강체제 개편에 대한 원칙만 밝혀놓았을 뿐 어떤 방식으로 재편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부실기업들을 합쳐 덩치만 키워놓는다고 3세력으로 힘을 갖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대칭규제도 논란거리다. 양 장관은 지난 5월 제3사업자 육성을 위해 비대칭 규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책방향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선발 통신사업자들로부터 강한 불만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비대칭규제는 법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시장자율에 의해 도태될 기업을 정부가 감싼다고 경쟁력이 생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분야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정부가 특혜시비를 두려워해 정책 집행자로서의 역할을 방기할 경우 국내 통신산업 경쟁력은 갈수록 추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현철·정종태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