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올 1.4분기 실질GNI(국민총소득)가 전년동기대비 1.1% 증가하는데 그쳐, 이 기간중 실질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인 3.7%와 2.6%포인트의 차이를 냈다고 발표했다. 재화를 늘려 생산한 만큼 소득 증가가 뒤따르지 못했다는 얘기다. 왜 그랬을까. 실질GDP가 물량 확대에 따른 국내 기업의 양적 성장을 나타내 주는 생산지표라면 실질GNI는 국내 생산활동을 통해 획득한 실질소득에 교역조건 변화로 발생한 실질 무역손익 등을 반영한 소득지표다. "실질"은 물가변동에 구애되지 않는 통계 산출을 위해 특정 시점의 가격을 그 해 생산물에 곱하는 것을, "교역조건(수출단가/수입단가)"은 한 나라 수출의 대외구매력을 뜻한다. 수출가격 하락, 수입가격 상승 등으로 교역조건이 불리해지면 일정량의 상품을 수출해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줄어들고 이는 한 나라 국민이 소비.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줄여 실질소득을 감소시킨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수출입비중(2000년 명목GNI대비 91.1%)이 높은데다 수출입품목도 반도체와 석유처럼 국제가격 변동에 크게 좌우되면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실 변동은 더욱 커진다. 실질GDP와 실질GNI간 괴리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이다. 예컨대 컴퓨터만 생산하는 나라 A에서 95년(기준년) 당시 컴퓨터 1백대(대당 가격 1천달러)를 생산, 수출해 외국에서 공작기계 10대(대당 가격 1만달러)를 수입했다고 치자. 2000년에 공작기계값은 변하지 않은 채 컴퓨터값만 4백달러로 폭락했다면 A는 교역조건 악화로 공작기계 10대를 수입하기 위해 컴퓨터 2백50대를 수출해야 한다. 이 경우 지난해 실질GDP는 25만달러(2백50대x1천달러)로 95년 실질GDP(10만달러=1백대x1천달러)보다 1백25% 증가했다. 그러나 A의 생산능력으로는 95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공작기계 10대(10만달러)만 구입할 수 있어 실질구매력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 작년 컴퓨터값이 폭락, 기준년보다 6백달러나 싸게 물건을 파는 격이 돼 교역조건이 악화되지 않았을 때에 비해 15만달러(6백달러x2백50개)의 실질 무역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실질GNI는 실질GDP(25만달러)에서 교역조건 악화로 인한 실질 무역손실(15만달러)을 뺀 10만달러로 95년과 동일(증가율 0%)하다. 실질GNI 성장률은 통상 교역조건이 좋아지면 실질GDP 성장률을 웃돌고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실질GDP 증감률을 밑돈다. 지난 99년 1.4분기 교역조건은 3.6% 호전돼 실질GNI 성장률이 실질GDP 성장률을 상회했지만 이후 교역조건이 악화, 실질GNI 성장률이 실질GDP 성장률을 계속 밑돌고 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