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콘텐츠 사업을 하는 A사의 김사장.그는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벤처기업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날듯이 기뻤다. 벤처투가 열기가 식어 하루하루 "돈"에 목말라하던 터에 나온 단비같은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김사장은 지난 2월 동양종금이 3천7백억원 규모의 벤처기업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한다고 밝히자 곧바로 신청서를 냈다. 석달 후면 자금이 들어와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그의 생각은 처음부터 어긋났다. 산더미 같은 서류를 준비하느라 사업은 뒷전이었다. 보증기관인 기술신보의 눈치도 봐야했다. CEO를 오라가라 해도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기업의 생사가 CBO에 달렸기에 꾹 참았다. 그러나 재무건전성과 매출을 따질 땐 정말 화가 났다. 벤처기업인데 재무상태가 좋을 리가 없고 창업한지 1년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매출실적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도 신용등급 B를 받아 무난히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여긴 김사장은 다른 벤처기업 사장 얘기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 자금지원을 받기위해 온갖 로비가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심 불안했던 김사장이 우려했던 대로 지난달 동양종금이 발표한 명단에 A사는 빠졌다. 그는 자금난에 빠진 벤처기업을 돕겠다는 당초 CBO제도 도입취지와 어긋나게 코스닥과 상장기업에 7백억원 이상이 배정되고 등급이 낮은 기업이 선정된 걸 알고는 분통을 터트렸다. 또 선정된 기업중 일부는 CBO참여를 포기해 그만큼 다른 기업이 기회를 잃었다는 보도를 접한 김사장은 할 말을 잃었다. 김사장은 "정책자금을 기대한 제가 너무 순진했나 봅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