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줄넘기를 하면서 별을 센다. 1백개의 별을 소리내며 세는 게 목표다. 예순살 부인 씨씨1은 남편이 주일학교 여교사와 바람을 피우자 그를 욕조에 빠뜨려 익사시킨다. 서른다섯살의 딸 씨씨2는 열아홉살 손녀 씨씨3의 도움을 받아 그를 사고사로 위장한다. 할머니,어머니,딸은 차례로 남편들을 물에 빠뜨려 죽인다, 간략한 줄거리에서만도 숫자들이 쉴새없이 고개를 내미는 영국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차례로 익사시키기"(Drowning by Numbers.88년작)는 관객들에게 화면속에 숨겨진 1부터 1백까지의 숫자를 찾으라는 게임을 건다. 수수께끼,패러독스,아이러니,속임수..감독 특유의 다층적 상징과 현란한 기호의 사용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영화다.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릴 나다 감독주간 그 다섯번째 "피터 그리너웨이 영화제"(16일~7월13일)에서는 "차례로 익사시키기"를 비롯해 장편 8편과 단편 3편을 모아 상영한다. 천재이자 괴짜 예술감독으로 명성높은 그리너웨이의 수수께끼같은 이야기와 풍부한 회화적 활용에 빠져볼 기회. 관람료는 편당 7천원. 기개봉작이나 비디오 상영작은 5천원이다. (02)766-3390.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