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국적기업 거점되려면 ] 김대중 대통령은 작년 서울에서 열렸던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총회에서 "동북아의 전략적 관문으로서의 지정학적 이점, 그리고 국민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충분히 활용하는 세계 지향적 국가경영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있다. 이는 싱가포르에서 영국에 이르기까지 다국적기업들을 위한 지역거점육성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뒤질수 없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한국이 다국적 기업들의 동북아 거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본다. ◇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 =분업 논리에 의해 국제투자의 위치와 성격이 결정되고 국제무역은 다국적 기업 내의 내부거래수단으로 활용되는 시대로 전환됐다. 한국에서도 외국기업들은 생산이나 기술개발 유통 내수시장등 그네들의 의도하는 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출하고 있다. 동북아거점을 논의할 때 한국이 외국기업들의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투자거점이 결코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우리도 이에 맞춰 구체화되고 특화된 전략을 가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산업정책이 어떻게 펼쳐져야 하는가에 따른 큰 구도 아래 외국기업의 중요 부문을 유치하려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한국은 R&D 거점으로 부상하면 유리할 것이다. 한국은 특히 IT분야의 인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최고의 기술개발 인력이 될 수있다고 생각한다. ◇ 장윤종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거점형 투자의 기본조건은 내수를 기반으로 하되 지역시장에 수출하는 형태다. 현재 한국의 경제만을 생각한다면 거점형이냐 아니냐는 별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외국기업이 들어올만한 환경이 조성돼 있느냐가 중요하다. 싱가포르의 경우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기준이 명확하다. 이는 미래지향적인 산업전략의 그랜드플랜이 확고하다는 얘기다. 한국도 이래야 한다. 외국인 자녀들을 위한 교육기관 설립 등 다양한 조건을 제시해야 외국인들이 한국에 머물 수 있고 보다 큰 틀에서 동북아거점을 준비해야 한다. ◇ 알란 플럼 롤스로이스 한국지사장 =지금 한국의 경제는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이는 단기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경제는 분명히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몇몇 걸림돌이 있다. 외국인들은 현실적으로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주목한다. 단기적으로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사관계나 구조조정등에도 관심을 갖는다. 이들 모두가 한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즉, 한국경제가 정치적이나 구조적으로 안정되면 외국인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동북아 거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물론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 등을 높이 평가한다. 시장지향적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국 사회의 일면도 주한 외국인들은 잘 인식한다. 그렇지만 지표로 나타나는 상황은 다르다. 무엇이 결여됐다는 뜻이다. 나는 이것을 정치.사회부문이라고 본다. 지연 혈연에 얽매인 사회,실속을 차리지 못하고 엄청난 프로젝트를 계획해 이도저도 못하는 정책이 지속될 때는 한국은 영원한 투자 부적격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