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 프리모리에 지역에 다수 진출한 한국의 봉제업체들이 근로기강 문제 때문에 현지 근로자들과 적잖은 갈등을 빚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1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98년 러시아 재정위기 이후 지방도시 아르트욤을 비롯한 이 지역에는 한국인 경영자가 운영하는 10여개의 봉제공장이 들어섰는데, 옛 소련 시절의 근로양식이 아직도 남아있는 러시아의 여성 근로자들이 엄격한 근무기강 만을 요구하는 한인 공장주들과 심각한 '문화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 일례로 아르트욤의 한 티셔츠 생산공장에서는 스베틀라나 코바렌코라는 여성 근로자가 감기 때문에 2주간 결근했다 작업장에 다시 나갔으나 사장실로 불려가 4시간동안 벽을 보고 서 있는 '체벌'을 받는 일이 일어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지역 공장 근로자들은 한국인 공장주들의 모욕적인 체벌에 대항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노조 가입자에 대한 점심식대 보조금 폐지 등의 문제로 새로운 갈등 요인을 낳고 있다. 최근 들어 이처럼 공장 경영진과 근로자들이 충돌하는 사례가 잦아지자 러시아당국이 근무여건 부당 침해사례를 조사해 일부 기업에는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봉제기업 단체의 한 한국인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근로자들이 몸이 아프더라도 무단으로 장기간 결근하는 일은 흔치 않다"면서 "이 곳 사람들은 결근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임금을 요구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리모리에 지역 봉제공장들은 생산한 의류를 미국과 서방에 수출하고 있으며, 초보재봉공의 평균 임금은 월 1천130루블(40달러) 선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연합뉴스) 김은주특파원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