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발심(初發心)으로 돌아가라" 지위가 올라가고 재물이나 명성이 쌓이면서 오만해지는 사람에게 흔히 이렇게 말한다. 불교의 수행자들에겐 처음 머리깎고 불문에 귀의했던 행자시절이 그런 초발심의 시기다. 난생 처음 밥하랴,빨래하랴,불경 외우랴,절집 예절 익히랴,손이 열이라도 모자랄 판인 데도 툭하면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쑤다. 그래서 군대 갔다온 남자들이 훈련소 시절을 평생 잊지 못하듯 수행자들은 행자시절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불교 수행자들이 자신들의 '병아리 스님' 때 이야기를 '나의 행자시절'(다할미디어,8천원)이라는 책에 담았다. 탄성 장일 운경 등 열반한 스님을 비롯해 원로에서 중진에 이르기까지 46명의 수행자들이 행자 때의 온갖 일화들을 기억 속에서 다시 꺼냈다. '가야산 호랑이'라는 성철 스님을 모셨던 원택 스님(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은 "나의 행자시절은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도끼로 나무를 겨냥했다가 자기 발등을 찍었고 세 명이 큰 돌을 옮기다 돌틈에 손가락이 끼이고…. 열여덟에 '출가의 참뜻도 모른 채' 금산사로 출가한 도법 스님(실상사 주지)은 "밥장사로 허리가 휠 지경이었다"고 회고했다. 절살림이 어려워 봄 가을에 수학여행온 학생들에게 밥을 팔았기 때문.나무하고 밭농사 짓는 사이사이에 염불을 외우고 행자들의 교과서인 '초발심자경문'을 외웠다는 설명이다. 혜담 스님(각화사 주지)은 지금도 길을 가다 소주병을 보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고 한다. 행자시절에 속가로 돌아가겠다는 다른 두 행자와 이별주를 마셨다가 해인사에서 쫓겨난 아픈 경험이 있어서다. 그후 범어사 행자시절 예불 때 '부처님 행자 좀 보내주시지요'라고 기도했을 정도로 시집살이가 호됐다. 그래도 혜담 스님은 "행자 시절 잠깐 지은 복이 중노릇 몇 십년 하며 지은 복보다 더 클 것"이라며 당시를 즐겁게 되새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