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아시아나항공 노조가12일 전례없는 동시 파업에 돌입, 무더기 결항사태가 빚어지면서 사상 최대의 항공대란이 현실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사업차 해외 출장을 떠나는 여행객 등 승객들은 예정된 비행편에 탑승하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했으며, 수출입화물 수송에도 큰 차질이 빚어져 막대한경제적 손실이 우려된다. 이번 파업 사태는 양 항공사 모두 노사간 큰 입장차로 인해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항공대란의 파장이 확산될지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파업으로 인해 양 항공사가 입은 손실액은 이날 하루 147억원에 달하고,국제신인도 하락 등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국가적 손실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수출입 업체들도 화물을 제때 수송하지 못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에 이어 두번째로 감행된 조종사노조의 파업으로 이날 대한항공은 국제선의 경우 미주 등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전체 95편의 절반이 넘는 55편이 결항됐다. 화물편도 전체 18편중 샌프란시스코와 싱가포르, 자카르타, LA(2편), 콸라룸푸르 등 5개 노선 6편밖에 운항되지 않았다. 특히 결항 또는 감편 화물 노선에는 뉴욕, 시카고 노선 등이 포함돼 있어 이들지역으로 수출될 반도체, 컴퓨터, 고가의류 등의 수송에 차질이 우려됐다. 국내선도 전체 240편중 서울-제주, 부산-제주 등 대체 교통수단이 없는 2개 노선 21편만이 정상 운항됐다. 아시아나항공은 노조의 파업에도 불구, 이날 하루 국제선 64편은 모두 정상 운항했지만 승객들은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조종사노조가 파업을 하진 않았지만 객실 승무원들이 파업에 동참하는 바람에아시아나항공은 승무원 수가 모자라 기내의 좌석 등급을 적용시키지 않는 등 파행운영이 이뤄졌다. 때문에 퍼스트나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을 예약한 승객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이코노미클래스 좌석과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아시아나항공 국내선은 21개 노선중 서울-제주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35편이 모두 운항됐지만 서울-여수, 서울-강릉 등 6개 노선은 완전 결항됐고, 서울-부산 등 14 개 노선은 감편 운항됐다. 이날 조종사노조의 파업소식을 미처 알지못해 인천과 김포공항을 찾은 승객들은발을 동동 구르거나 항공사 발권카운터를 찾아가 격렬히 항의했다. 이날 대한항공 오사카행 항공기를 탑승할 예정이던 모 벤처업체 대표 서모(35)씨는 "조종사파업으로 항공편이 결항되는 줄 모르고 영등포에서 택시까지 타고 공항에 왔다"며 "일본 업체하고 첫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길인데 만약 문제가 생기게 되면 항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분개했다. 또 태국 방콕으로 출국하는 중학 1년생 딸을 환송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은 방모(48.자영업)씨는 "국내 항공사 파업에 대비, 타이항공편을 예약했다"며 "가뭄에경제가 어렵다고 온나라가 난리인데 항공사까가 파업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안타까워했다. 13일에도 파행운항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한항공은 13일 예정된 국제선여객 92편중 49편만을, 국내선 244편중 15편만을, 화물편은 22편중 4편만을 운항키로 했으며 아시아나항공도 국제선 66편(화물기 7편 포함)은 정상 운항하되 국내선은전체 205편중 76편만을 띄우기로 했다. 한편 조종사파업으로 대부분의 노선이 결항된 대한항공은 136억원, 국내선이 부분결항된 아시아나항공은 11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영종도=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